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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월 21일 잠깐 독서

등록 2009-02-20 21:02수정 2009-02-21 13:20

〈묵자〉
〈묵자〉
■ 2천년간 금지된 진보사상 ‘묵자’

〈묵자〉

공자와 묵자는 보혁의 난형난제다. 예부터, 맞선 사상은 맞세워 읽으라 했다. 편협에 쏠리고 아집에 갇힐까 염려해서다. 하지만 <논어>에 견줘 <묵자>는 금서로 묶여 2천년을 ‘침묵’ 속에 유폐된 탓에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묵점 기세춘(74)의 <묵자> 번역·해설이 묵직한 이유다. 묵자 사상의 원자핵은 노촌 이구영 선생이 새긴바 ‘겸치별란’(兼治別亂)이다. 아우르면 다스려지나 가르면 어지러워진다는 뜻이며, 이것을 밀고 나가면 사랑과 평등, 연대에 이른다. 부정한 현실을 부정하는 정신이며 혁파로 혁신을 이루려는 의지가 담겼다. 역저자는 <묵자>를 읽지 않고서 진보를 말할 수 없다고 못박는다. “평등을 도(道)로 하는 것은 의로운 정치요, 차별을 도로 하는 것은 폭력의 정치다.”(‘천지’ 편) 이것은 겸애이다. “나는 나를 부린다. 내가 나를 부리지 못하면 남이 나를 물들여 버린다.”(‘경설’ 편) 이것은 노동 해방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묵자는 예수와 닿고 마르크스와도 만난다. 천하무인(天下無人), 세상에 남이란 없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라면, 우리는 사랑을 갈망하고 고통을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저자는 묵자를 철학자·과학자·경제학자·혁명가로도 해석한다. 법고창신의 본이다. 고금동서에서 끌어온 근거는 두루 막힘없다. 박람강기의 본이다. 책은 해설부와 원문부로 나뉘며, 원문 번역은 1992년판 <묵자> 완역본을 손질했고, 해설은 2002년판 <묵자>를 다듬었다. 우후죽순 넘치는 고전 번역이 죽을 쑤기도 하지만, 지은이는 늘 ‘고두밥’을 내놓는다. 성급히 달려드는 허손을 버리고 문장을 곱씹을 일이다. /바이북스·5만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생명에 대한 가장 과학적 해석

〈진화론의 유혹〉
〈진화론의 유혹〉

〈진화론의 유혹〉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진화론을 주창해 19세기 과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09년은 그의 탄생 200돌이 되는 해다. 역작 <종의 기원>이 나온 지도 15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해 국내외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과학전시회에다, 각종 강연 등이 풍성하다. <진화론의 유혹> 원제는 ‘모두를 위한 진화론’(Evolution for Everyone)이다. 부제는 ‘가장 과학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욕망’이다. 제목이 말하듯, 이 책은 세상 만물 하나하나의 현상을 진화론으로 모두 해석할 수 있다는 태도에 터를 두고 있다.

진화론에 대한 기본 원리나 의미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각종 오해와 편견 등을 담았다. 뉴욕주립대 생물학과 교수인 지은이가 일반 대학생들을 위해 해온 교양강좌를 엮은 것이니만큼 쉽고 재밌다. ‘개의 꼬리가 말리게 된 이유’, ‘내가 살인자가 되지 않는 이유’, ‘수줍어하는 물고기’ 등 30개의 흥미로운 장으로 구성돼 있어, 읽는 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한껏 돋운다. 지은이는 진화생물학자란 호칭을 거부하고 진화론자로 자처한다. 진화론은 생물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공룡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것일 뿐만 아니라 모든 종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란 생각에서다. 학문이 점점 파편화하고 있는 요즈음 철학, 사회학, 인류학 등 여러 학문적 주제를 진화론으로 ‘통섭’하고자 한 점이 특히 돋보인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 김영희·이미정·정지영 옮김/북스토리·2만5000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 날로 커져가는 인류문명 경고음

〈녹색평론선집 3〉
〈녹색평론선집 3〉

〈녹색평론선집 3〉

<녹색평론선집 3>이 나왔다. 생태계를 포함해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이 계속 나오는 것은 불행이다. 인류가 여전히 자기파괴적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세 번째 선집에 실린 글이 주로 1996~99년 사이에 쓰인 글임에도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시의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게도’ 확인된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세계 경제 대공황의 전조로 진단한 경제학자 고철기 박사의 글 ‘대공황의 불가피성’(62쪽)은 지난해부터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있어 읽는 이들에게 전율감마저 느끼게 한다. 또 아이엠에프 위기를 맞은 김대중 정부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자급자족과 상부상조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글(77쪽)은 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조언이다.

이와 함께 ‘선집’에 실린 많은 글이 숲의 파괴, 강의 오염, 인간의 동물에 대한 끔찍한 착취 등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괴적 살육 행위’를 고발한다. 그리고 경고한다. 이는 머지않아 인간의 자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은 지구를 구하기 위한 대안적인 움직임도 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델을 실험하는 브라질의 도시 쿠리치바,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 경제 시스템 지역화폐, 도농 직거래 모임 한울회 이야기, 발도르프 학교의 아동 교육 등은 독자들에게 대안적인 미래시스템에 대한 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공한다. 김종철 엮음/녹색평론사·1만 6000원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 한국 사회에서 ‘마흔’의 의미는

〈공선옥의 마흔살 고백〉
〈공선옥의 마흔살 고백〉

〈공선옥의 마흔살 고백〉

사람들에게 마흔이란 어떤 것일까.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는 더는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사오정·갱년기 등으로 대표되는 전환기의 방황과 불안이 더 마흔살 현대인의 보편상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 유난히 마흔을 둘러싼 담론이 많은 것도 그만큼 문제의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작가 공선옥이 마흔살 언저리에서 겪은 일상의 이야기다. 글쓴이는 마흔살을 “하나의 분수령”이라며 “그냥 나이에 맞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책은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눈길로 풀어내고 있다. 남편과 헤어진 뒤 한때 생활고 때문에 아이들을 아동 임시보호소에 맡겼던 일이며, 어렵고 힘들 때 신앙이 큰 힘이 됐던 이야기, 수해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새댁의 이야기를 텔레비전을 통해 듣고 찾아갔던 일 등이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소수자의 아픔도 놓치지 않는다. 남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라고 권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 뒤에 숨은 성차별과 억압의 메시지를 들춰내며, ‘왕따’를 당해 멀리 김제까지 오게 된 아이의 얘기를 들으면서는 공분을 느낀다. 초등학교 1학년 막내의 때늦은 응석과 씨름하고 사춘기의 딸아이와 티격태격하며 엄마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김장김치를 한아름 싸보내주는 이웃한테서 따뜻한 사랑도 느낀다. 글쓴이는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마흔 해 삶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여준다. /생활성서·1만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 ‘문학집배원’의 맛깔난 우리 이야기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캬~’라는 감탄사로도 모자라는 문장은 또 있다. “풀 벼서 남 줘유? 퇴비허면 누구 농사가 잘되느냐 이 얘깁니다. 그런디 저기, 저 구석은 뭣 땜이 일어났다 앉었다 허메 방정 떠는겨? 왜 왔다리갔다리 허구 떠드는 겨?” 소설가 성석제씨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의 ‘문학집배원’을 맡아, 2007년 5월부터 1년간 매주 짧은 해설을 곁들여 이메일로 보냈던 빼어난 문장들을 엮었다. 도종환과 안도현의 시배달에 이은 문학집배원 시리즈 3탄이다. 박지원, 김유정, 공선옥, 파블로 네루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었다. 50여 편의 작품에서 “아름답고 슬프고 즐겁고 힘찬” 문장들을 만났다. 살아 퍼득퍼득대는 문장이 자꾸만 그 문장이 튀어나온 책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그의 몸에선지 아니면 저녁공기에선지, 비 맞은 개에게서 나는 축축한 냄새가 맡아졌다.” “변비에 걸린 코끼리를 치료하다가 코끼리 똥에 깔려 죽은 수의사의 죽음보다 더 우습고 더 슬픈 죽음이었다.” 엮은이의 짧고 재미난 해설도 우리말과 위대한 이야기꾼의 솜씨를 맛보여준다. “우리 소설문학의 강력하고 젊은 엔진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사랑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써보니 세상에, 사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부담 없이 책을 펴자. “문장이 냇물과 도랑을 따라 흘러갈 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냇가를 따라 달리셔도 좋고 도랑에 발을 담그셔도 좋습니다. 문장으로 푸르러진 마음의 풀밭에 누워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시든가요.” /창비·1만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남녀 스트레스 해소법 천지차이

〈충돌〉
〈충돌〉

〈충돌〉

한때는 서로 얼굴만 봐도 행복해하던 남녀가 언제부터인가 얼굴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평생 서로 사랑할 것’을 맹세하며 가정을 일궈도 <사랑과 전쟁>에 등장하는 각종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왜 남녀는 끊임없이 싸우는 것일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등을 통해 남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던 존 그레이의 답은 이렇다.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바쁘고 피곤한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받는 스트레스는 남녀관계뿐 아니라 건강까지도 위협한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콤한 시간이 흐른 뒤에는 파트너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하는 ‘고비’가 찾아온다. 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은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녀의 스트레스 대처법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방법은 여성의 기분을 좋게 하는 방법과 반대일 수 있다. “남자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떨쳐버리려고 동굴로 들어간다면 여자는 서로 교감하고 대화하고 싶어한다. 여자가 자신의 좌절감을 털어놓으면 남자는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만, 여자는 그저 공감해주길 바랄 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 사소한 단어에도 사람의 마음은 변한다. 이 사실을 상기해볼 때 지은이가 일러주는 싸움 피하는 행동지침, 금성·화성식 대화법 등은 귀 기울여 봄 직하다. 김경숙 옮김/동녘라이프·1만38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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