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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 새 헌법 필요하다” 2년간 토론 집대성

등록 2008-07-02 17:56수정 2008-07-02 19:12

대화문화아카데미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한 학계·정계·시민사회의 중론을 모았다. 지난 5월22일 ‘새로운 정부형태 필요한가’를 주제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화모임 모습.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대화문화아카데미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한 학계·정계·시민사회의 중론을 모았다. 지난 5월22일 ‘새로운 정부형태 필요한가’를 주제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화모임 모습.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대화문화아카데미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 발간
학자·정치인 연인원 400명 참가 ‘숙의 민주주의’
대화모임의 역대 헌법 논의 주요 내용
대화모임의 역대 헌법 논의 주요 내용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박종화)가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대화출판사)를 출간한다. 2006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여에 걸쳐 10차례 진행된 개헌 관련 대화모임의 결과를 집대성했다. 개헌 문제에 대한 현 단계 한국 사회 논의의 종합판으로 평가할 만한 책이다. 3일 오후 2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출판기념회 및 11번째 개헌 관련 대화모임을 연다.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는 대안을 전격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쟁점과 접점의 맥을 잡아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1987년 헌법’의 긍정성을 수용하면서 섣부른 개헌보다는 운용의 묘를 살릴 것을 주문하는 ‘개헌 반대론’과 국민참여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현행 헌법의 흠결을 지적하며 기본권 조항과 정부 형태를 포함한 대대적인 손질을 주장하는 ‘개헌 찬성론’을 함께 소개하는 식이다. 기본권·생명권·환경권·경제조항·통일헌법·지방자치·헌법재판소·정부형태 등의 조항을 둘러싼 여러 의견들을 갈무리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의 노력은 그 결론보다 과정에 주목할 만하다. 우선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들을 아울렀다. 10차례의 대화모임에는 정종섭 서울대 교수, 장영수 고려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등 학문 성향을 달리하는 학자들이 두루 참석했다. 학제간 구분도 뛰어넘었는데,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정치학자들과 헌정주의를 강조하는 법학자들이 매번 머리를 맞대고 논쟁을 벌였다. 이홍구, 남재희, 윤여준, 현경대, 이부영, 원혜영, 이강래, 이미경, 노회찬 등 여야의 전·현직 정치인들도 모임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

연인원 400여명이 참석해 자유롭게 발표와 토론에 임했고, 그 대부분은 두 차례 이상 모임에 참석해 긴 논의의 맥을 이어갔다. 지속적인 토론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숙의 민주주의의 드문 모범인 셈이다.


그 결과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대목들도 눈에 띈다.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를 보면, “정치의 효율성과 책임성의 측면에서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썼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에 역점을 두자”고 강조했다. 국민적 참여 없는 정치권만의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뜻이다.

각 조항의 구체적 개정 방향이 제시된 것도 적지 않다. △현행 헌법의 ‘국민’이라는 표현을 ‘모든 인간’ 또는 ‘시민’으로 바꿔야 한다 △시민에게 다양한 생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본권과 인권 관련 항목을 증설하고 심화해야 한다 △행정·입법·사법에 걸친 모든 국가기구에 ‘시민심의’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최고 법원 재판관을 법관만으로 한정하지 말고,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게 하는 등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갖춰야 한다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조항의 충돌을 해결하면서 독일처럼 통일 뒤에도 관련 조항을 유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현행 권력구조는 책임성·효율성 등에서 문제가 많으므로 개정이 필요하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국가의 시장 조절과 경제 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119조 2항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했다. 시장 자유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관련 조항이 아예 필요치 않다는 의견부터 균형 있는 경제성장을 위한 국가의 필수 기능을 규정한 내용이므로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참석자들은 이 조항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는 “현재의 경제조항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18대 국회의 할일에 대해서는 “선거 주기를 일치시키는 문제를 포함해 여야가 합의하고 있는 사항부터 시작해 개헌 과제와 절차를 검토하고 추진하되, 많은 시민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실질적 모임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3일 오후에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이에 대한 정치권의 답변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만섭·김원기·박관용 등 전직 국회의장이 모두 참석해 토론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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