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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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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류시화 옮김/이레·1만 1000원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2000년대 초부터 붐이 일어 이제는 충실한 고정 독자들을 확보한 남방 불교 명상 서적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책이다. 이 갈래의 책들이 그렇듯 <술취한…>도 종교적인 삶을 강조하기보다는 일상의 좌표로 삼을 수 있는 ‘마음 다스리기’를 다뤄 불교도와 일반인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책을 낸 도서출판 이레 이승희 편집장은 “승려가 썼지만 불교 서적이라기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인식돼 종교나 성별,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제목이 알쏭달쏭하고 지은이가 달라이 라마 같은 유명인이 아닌 탓에 반응이 더뎠다고 한다. 이 편집장은 “읽어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명상 서적을 주로 사보는 30~40대 독자층이 많이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20대 독자들도 많이 사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4만 부 가량 팔렸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인생수업> 등 베스트셀러 명상 서적 여러 권을 옮긴 류시화 시인이 번역했다. 책은 지은이 아잔 브라흐마가 30년 넘게 수행승으로 지내면서 타이의 고승인 아잔 차와 함께한 경험,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절에서 한 법문 등을 모아 엮은 것이다. 작은 이야기 108가지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령 지은이가 호주에 벽돌을 쌓아 올려 남반구 최초의 절을 지을 때, 잘못 얹은 벽돌 두 개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벽이 아름답다’고 칭찬한 손님 덕분에 비로소 아름다운 나머지 벽을 보게 된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의 불완전함을 용서하는 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류 시인은 책 머리에 108가지 이야기들이 “거미줄을 걷어내는 빗자루처럼 마음속에 걸린 108개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걷어내어 준다”고 적었다. 가볍고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비질 같은 이야기에서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게 책의 매력이다. 지은이는 “사람들은 수행승을 찾아가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유머 감각도 갖췄다. 아잔 브라흐마는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나 열일곱 살 때 불교 서적을 읽던 중 자신이 불교도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폭탄 만드는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다시 1년 뒤에는 타이로 건너가 머리를 깎고 수행승이 됐다. 스물세 살에 영적 스승인 아잔 차를 만나 9년 동안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커다란 욕망을 형상화한 동물이다. 이 욕망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술취한 코끼리’가 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들어앉아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코끼리를 얻는다면 자유로워질 것인가? 언제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다른 코끼리가 나타나므로 이는 또다른 고통의 시작이다. 따라서 코끼리를 마음 내키는 대로 원하는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코끼리를 원하는 그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가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책은 말한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아잔 브라흐마 지음·류시화 옮김/이레·1만 1000원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2000년대 초부터 붐이 일어 이제는 충실한 고정 독자들을 확보한 남방 불교 명상 서적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책이다. 이 갈래의 책들이 그렇듯 <술취한…>도 종교적인 삶을 강조하기보다는 일상의 좌표로 삼을 수 있는 ‘마음 다스리기’를 다뤄 불교도와 일반인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책을 낸 도서출판 이레 이승희 편집장은 “승려가 썼지만 불교 서적이라기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인식돼 종교나 성별,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제목이 알쏭달쏭하고 지은이가 달라이 라마 같은 유명인이 아닌 탓에 반응이 더뎠다고 한다. 이 편집장은 “읽어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명상 서적을 주로 사보는 30~40대 독자층이 많이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20대 독자들도 많이 사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4만 부 가량 팔렸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인생수업> 등 베스트셀러 명상 서적 여러 권을 옮긴 류시화 시인이 번역했다. 책은 지은이 아잔 브라흐마가 30년 넘게 수행승으로 지내면서 타이의 고승인 아잔 차와 함께한 경험,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절에서 한 법문 등을 모아 엮은 것이다. 작은 이야기 108가지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령 지은이가 호주에 벽돌을 쌓아 올려 남반구 최초의 절을 지을 때, 잘못 얹은 벽돌 두 개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벽이 아름답다’고 칭찬한 손님 덕분에 비로소 아름다운 나머지 벽을 보게 된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의 불완전함을 용서하는 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류 시인은 책 머리에 108가지 이야기들이 “거미줄을 걷어내는 빗자루처럼 마음속에 걸린 108개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걷어내어 준다”고 적었다. 가볍고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비질 같은 이야기에서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게 책의 매력이다. 지은이는 “사람들은 수행승을 찾아가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유머 감각도 갖췄다. 아잔 브라흐마는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나 열일곱 살 때 불교 서적을 읽던 중 자신이 불교도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폭탄 만드는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다시 1년 뒤에는 타이로 건너가 머리를 깎고 수행승이 됐다. 스물세 살에 영적 스승인 아잔 차를 만나 9년 동안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커다란 욕망을 형상화한 동물이다. 이 욕망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술취한 코끼리’가 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들어앉아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코끼리를 얻는다면 자유로워질 것인가? 언제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다른 코끼리가 나타나므로 이는 또다른 고통의 시작이다. 따라서 코끼리를 마음 내키는 대로 원하는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코끼리를 원하는 그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가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책은 말한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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