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운 지구〉
정재승의 책으로 만난 과학 /
〈너무 더운 지구〉
데이브 리 지음·이한중 옮김/바다출판사·1만2000원 연말에 선정되는 ‘올해의 책’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그저 훌륭한 책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해의 사회적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사회적 아젠더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책’은 ‘모이면 역사가 되는’ 귀중한 자료다. 올해 과학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키워드를 하나 선정하라고 하면 단연 ‘지구온난화’이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찬반논쟁과 정치적 이슈화는 미국 대선 정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협상으로 뜨거웠으며, 엘 고어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출판계에서도 기후학과 환경학의 주요 주제를 다른 책에서부터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폭로하는 책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데이브 리가 쓴 <너무 더운 지구>는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들 둘과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며 사는 미국의 중산층 가족 카본네가 일상생활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쉽지만 과학적으로 그린 이 책은 나의 일상과는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지구온난화가 ‘나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선과 악의 두 축으로 나누고 있는 국제정세에서, 올해 대한민국도 종교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 교회 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하러 갔다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달 넘게 인질 협상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교회나 절 등 종교단체가 세금을 내야하는가’하는 문제 역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으며, 대선정국에서도 종교단체의 지원사격은 지지율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이런 상황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저작이다. 이 자연과학 책은 인문학으로 포장한 덕분에 예상보다 많이 팔렸지만, 그로 인해 리처드 도킨스를 중심으로 전세계 과학자들이 펼치고 있는 ‘종교 바로 읽기’ 운동과 연관짓지 못해 문제작이 되지 못하고 화제작에 머물렀다. 미국에서는 <만들어진 신>과 맥락을 같이 하는 책들이 쏟아지면서 ‘종교는 문화현상이다’라는 주장이 논쟁과 운동의 중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깊이 있는 사회적 (그리고 과학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다. 신정아 사건과 BBK 대선정국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면서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촉발된 ‘거짓말’ 논쟁은 올해도 계속되었다. 덕분에 과학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거짓말의 실체와 시스템적인 원인을 심도 있게 고찰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흐믓한 일이다. 또 인간이 거짓말과 자기정당화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고찰한 <거짓말의 진화>는 눈여겨 볼 만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올해 과학출판의 또다른 키워드 중 하나인 ‘뇌과학’이나 ‘행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데이브 리 지음·이한중 옮김/바다출판사·1만2000원 연말에 선정되는 ‘올해의 책’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그저 훌륭한 책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해의 사회적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사회적 아젠더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책’은 ‘모이면 역사가 되는’ 귀중한 자료다. 올해 과학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키워드를 하나 선정하라고 하면 단연 ‘지구온난화’이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찬반논쟁과 정치적 이슈화는 미국 대선 정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협상으로 뜨거웠으며, 엘 고어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출판계에서도 기후학과 환경학의 주요 주제를 다른 책에서부터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폭로하는 책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데이브 리가 쓴 <너무 더운 지구>는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들 둘과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며 사는 미국의 중산층 가족 카본네가 일상생활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쉽지만 과학적으로 그린 이 책은 나의 일상과는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지구온난화가 ‘나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선과 악의 두 축으로 나누고 있는 국제정세에서, 올해 대한민국도 종교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 교회 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하러 갔다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달 넘게 인질 협상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교회나 절 등 종교단체가 세금을 내야하는가’하는 문제 역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으며, 대선정국에서도 종교단체의 지원사격은 지지율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이런 상황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저작이다. 이 자연과학 책은 인문학으로 포장한 덕분에 예상보다 많이 팔렸지만, 그로 인해 리처드 도킨스를 중심으로 전세계 과학자들이 펼치고 있는 ‘종교 바로 읽기’ 운동과 연관짓지 못해 문제작이 되지 못하고 화제작에 머물렀다. 미국에서는 <만들어진 신>과 맥락을 같이 하는 책들이 쏟아지면서 ‘종교는 문화현상이다’라는 주장이 논쟁과 운동의 중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깊이 있는 사회적 (그리고 과학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다. 신정아 사건과 BBK 대선정국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면서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촉발된 ‘거짓말’ 논쟁은 올해도 계속되었다. 덕분에 과학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거짓말의 실체와 시스템적인 원인을 심도 있게 고찰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흐믓한 일이다. 또 인간이 거짓말과 자기정당화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고찰한 <거짓말의 진화>는 눈여겨 볼 만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올해 과학출판의 또다른 키워드 중 하나인 ‘뇌과학’이나 ‘행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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