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좋아〉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친구는 좋아〉
크리스 라쉬카 지음·이상희 옮김/다산기획·8800원 부모로 산다는 것은 씩씩하고, 친절하고, 반듯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일은 아닐까. 나의 못되고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마저 그대로 닮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가 아이에게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초등학생이란 같은 반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아도 놀아도 놀 시간이 부족한 때가 아닌가. 한데 아이는 친구들이 모두 놀러나간 교실에 홀로 남아 있단다.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그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사회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삶은 또 얼마나 자신 없는지를 겪어 본 엄마로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주변의 충고도 가지각색이었다. 요즘 애들은 친구를 학원에서 사귄다. 그러니 일단 학원부터 보내라는 후배의 말은 요즘 세태를 반영한 충고였다. 운동을 잘하면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아진다. 그러니 운동을 시키라는 지인의 충고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담을 통해 나온 말이었다. 일단 학교에 자주 가고 같은 반 아이들의 엄마 중 친한 사람을 만들라는 충고는 일하는 엄마의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운동이라면 질색인데다, 학원에 가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는 줄 아는지 지레 펄쩍 뛰는 아이를 한번에 바꿔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아이를 전폭적으로 믿어주는 담임선생님 덕에 그나마 한고비를 넘기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친구는 좋아>라는 그림책을 보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마음에서 용기가 자라나겠다 싶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껄렁하고 활달해 보이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어깨를 움츠린 채 소심하게 서 있는 아이를 다짜고짜 “야” 하고 불러 세운다. 그러고는 생전 처음 보는 주제에 소심한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소심한 아이가 친구가 없어서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하자 바로 “우리 친구하자”고 제의한다.
종종 아무런 군더더기 없는 어린이의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한 그림책을 보면 놀랄 때가 있다. 어른이라면 친구를 사귀기 전에, “돈은 좀 있나, 직장은 괜찮은가, 대학은 어딜 나온 거야, 사귀면 도움은 좀 될까“하고 혼자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야” 하고 먼저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세계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자 대뜸 ”나 같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구나”한다. 그러면서 사귀고 싶은 친구가 있을 때 자기도 “야”하고 부를까 하고 묻는다. 그래, “야” 하고 불러도 좋고, 친구가 떨어뜨린 지우개를 주워 주어도 좋다. 혹은 친구의 이름을 먼저 불러도 좋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친구를 사귀는 데 그 마음만 있으면 된다.
어린이의 꾐수 없는 세계를 아주 담백한 그림과 절제된 언어로 보여주는 이 그림책을 겨울이 지나면 난생처음으로 유치원에 갈 혹은 새로운 학교에 들어갈 아이들에게 권한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크리스 라쉬카 지음·이상희 옮김/다산기획·8800원 부모로 산다는 것은 씩씩하고, 친절하고, 반듯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일은 아닐까. 나의 못되고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마저 그대로 닮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가 아이에게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초등학생이란 같은 반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아도 놀아도 놀 시간이 부족한 때가 아닌가. 한데 아이는 친구들이 모두 놀러나간 교실에 홀로 남아 있단다.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그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사회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삶은 또 얼마나 자신 없는지를 겪어 본 엄마로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주변의 충고도 가지각색이었다. 요즘 애들은 친구를 학원에서 사귄다. 그러니 일단 학원부터 보내라는 후배의 말은 요즘 세태를 반영한 충고였다. 운동을 잘하면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아진다. 그러니 운동을 시키라는 지인의 충고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담을 통해 나온 말이었다. 일단 학교에 자주 가고 같은 반 아이들의 엄마 중 친한 사람을 만들라는 충고는 일하는 엄마의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운동이라면 질색인데다, 학원에 가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는 줄 아는지 지레 펄쩍 뛰는 아이를 한번에 바꿔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아이를 전폭적으로 믿어주는 담임선생님 덕에 그나마 한고비를 넘기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친구는 좋아>라는 그림책을 보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마음에서 용기가 자라나겠다 싶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껄렁하고 활달해 보이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어깨를 움츠린 채 소심하게 서 있는 아이를 다짜고짜 “야” 하고 불러 세운다. 그러고는 생전 처음 보는 주제에 소심한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소심한 아이가 친구가 없어서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하자 바로 “우리 친구하자”고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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