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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로마’를 빌려 말한 일본정치 현실

등록 2007-11-02 18:50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베스트셀러 읽기 /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한성태 옮김/부엔리브로·1만7500원

시오노 나나미는 본국인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작가다. 그의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전 15권)는 국내에서만 수백만 부가 팔렸다. 역사 책에 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시오노의 작가적 위치는 ‘정통 역사학자’와 ‘역사 에세이스트’의 중간쯤이다. 역사학자로서 시오노는 역사적 사실 확인에 충실하며, 에세이스트로서 시오노는 그 사실의 해석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친다. 시오노의 역사 이야기가 읽히는 방식도 그의 인기를 높였다. 〈로마인 이야기〉는 이른바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강하게 품고 있다. 독자는 시오노의 책에서 자기 역량을 키우고 실현하는 데 필요한 테크닉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시오노의 책이 지닌 대중적 호소력을 적극 끌어안은 책이다.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를 그대로 제목에 끌어들인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책의 원제는 ‘로마에서 보면 일본이 보인다’. 로마 역사에 기대어 현재의 일본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싶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성격이 강한 책인 셈이다. 로마 1천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것들을 뽑아내 해설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말하자면 이 책은 ‘하룻밤에 읽는 로마인 이야기’ 또는 ‘한 권으로 읽는 로마인 이야기’라고 보면 딱 맞는 책이다. 지난 9월 중순 나온 이 책은 한 달 보름 남짓 만에 3만5000부 정도가 팔렸다. 책을 만든 부엔리브로의 강인숙 대표는 “3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구매하며, 남성 독자가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특히 정치 현실에 관한 시오노 나름의 진단과 평가가 많이 등장한다. ‘술라는 정치를 몰랐다.’ ‘진정한 개혁이란 재구축이다.’ ‘역사와 전통을 무시한 개혁은 실패한다.’ ‘자기다움을 빼 버린 개혁은 무의미하다.’ 이런 소제목들은 시오노의 관심이 현실 정치를 포함한 인간 삶의 구체적 국면에 지침을 주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또 그리스·로마의 역대 정치가 28명에 관한 시오노의 주관적인 평가를 담은 장문의 인터뷰도 부록으로 실었다. 한길사에서 펴낸 〈로마인 이야기 길라잡이〉에도 그 일부가 실렸는데, 여기서는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다. 시오노는 정치가들에 대해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지속하려는 의지’ 다섯 항목으로 나눠 각각 점수를 매긴다. 페리클레스가 카이사르와 더불어 모든 항목에서 ‘100점’을 받은 것이 눈에 띈다. 페리클레스는 그리스 아테네 민주정치를 30년 동안 이끌어 반석에 올려놓았는데, 그런 업적은 전방위적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시오노의 설명이다. 반면에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는 ‘지적 능력’에서 ‘30점’이라는 박한 점수만 받는다. 시오노는 브루투스를 오늘날로 치면 ‘좌파 인텔리’의 전형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는 최고 교육을 받아 학식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통찰력, 문제 해결 능력, 선견지명에서 모두 뒤떨어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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