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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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씽킹〉로버트 프랭크 지음·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3000원 우유는 네모난 팩에 들어 있는데 음료수는 원통형 캔에 들어 있는 이유는 뭘까? 음료수를 보관할 때 드는 비용보다 우유를 보관할 때 드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음료수는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되지만 우유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상하는데, 원통형 용기보다는 네모난 용기가 공간 활용도가 높다. 또, 네모난 용기는 직접 들고 마시기에는 불편하다. 우유는 보통 컵에 따라서 마시지만 캔 음료는 직접 들고 마시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유들로, 우유는 네모난 상자에, 음료수는 동그란 상자에 담아 판다. <이코노믹 씽킹>에는 이처럼 일상에서 흔히 가질 수 있을 법한 의문을 경제학적으로 풀어 설명한 사례 130여개가 실려 있다. 이 사례들을 통해 경제학의 개념을 배우고, 나아가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힘을 기르자는 게 책은 쓴 로버트 프랭크 교수(코넬대 경제학과)의 의도다. 책은 30년 넘게 경제학 개론을 강의한 지은이의 경험의 산물이자, 실제 강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미국 대학생의 92.6%가 ‘기회비용’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학 개념도 모르는 까닭이 그래프와 수식들로 채워져 있어 어렵고 따분한 교육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본 개념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경제학에 대한 흥미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경험들을 골라 이를 경제 논리로 설명하라는 과제를 내준 것이다. 책은 20년 동안 모인 과제들을 지은이가 추려서 다듬고, 설명을 덧붙여 엮은 것이다. 20년 동안 셀 수 없는 학생들이 낸 과제를 추리고 추려 고른 것이니 등장하는 사례들은 다수의 관심사에 딱 들어맞는 것들이 많다. 이들을 미끼로 쉽게 설명하니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디브이디와 시디의 크기는 똑같은데 왜 케이스 크기는 다를까?’라는 질문을 통해서는 디자인의 경제학을, ‘술집에서 땅콩은 공짜로 주면서 물은 돈을 받는 이유는?’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왜 스타벅스는 메뉴에서 쇼트사이즈를 숨길까?’에서는 할인가격의 트릭을 설명하는 식이다. 독자들은 짤막하고 쉬워 부담 없는 조각 글들을 읽으며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 저절로 터득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은이는 책에 소개된 모든 사례를 꿰뚫는 원리가 경제학 개념의 모체인 ‘비용편익의 원리’라고 말한다.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 클 때에만 합리화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합리적인 듯 각박하기도 한 이 원리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환경, 인간과 동물의 모든 행동방식’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실로 ‘경제적’인 사고방식을 제안한다. 책을 편집한 신동해씨는 “<괴짜경제학>과 <경제학 콘서트> 이후 이렇다 할 좋은 경제교양서가 없었다”며 “단기간의 필요에 부응하는 경제실용서가 아닌, 경제 두뇌를 길러줄 교양서가 부재했던 시장 상황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한 달 남짓 만에 5만부가 팔렸다. 경제경영서나 실용서를 많이 읽는 직장인과 인문·경제교양서를 즐겨 읽는 대학생 독자가 가장 큰 독자층이라고 한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이코노믹 씽킹〉로버트 프랭크 지음·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3000원 우유는 네모난 팩에 들어 있는데 음료수는 원통형 캔에 들어 있는 이유는 뭘까? 음료수를 보관할 때 드는 비용보다 우유를 보관할 때 드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음료수는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되지만 우유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상하는데, 원통형 용기보다는 네모난 용기가 공간 활용도가 높다. 또, 네모난 용기는 직접 들고 마시기에는 불편하다. 우유는 보통 컵에 따라서 마시지만 캔 음료는 직접 들고 마시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유들로, 우유는 네모난 상자에, 음료수는 동그란 상자에 담아 판다. <이코노믹 씽킹>에는 이처럼 일상에서 흔히 가질 수 있을 법한 의문을 경제학적으로 풀어 설명한 사례 130여개가 실려 있다. 이 사례들을 통해 경제학의 개념을 배우고, 나아가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힘을 기르자는 게 책은 쓴 로버트 프랭크 교수(코넬대 경제학과)의 의도다. 책은 30년 넘게 경제학 개론을 강의한 지은이의 경험의 산물이자, 실제 강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미국 대학생의 92.6%가 ‘기회비용’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학 개념도 모르는 까닭이 그래프와 수식들로 채워져 있어 어렵고 따분한 교육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본 개념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경제학에 대한 흥미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경험들을 골라 이를 경제 논리로 설명하라는 과제를 내준 것이다. 책은 20년 동안 모인 과제들을 지은이가 추려서 다듬고, 설명을 덧붙여 엮은 것이다. 20년 동안 셀 수 없는 학생들이 낸 과제를 추리고 추려 고른 것이니 등장하는 사례들은 다수의 관심사에 딱 들어맞는 것들이 많다. 이들을 미끼로 쉽게 설명하니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디브이디와 시디의 크기는 똑같은데 왜 케이스 크기는 다를까?’라는 질문을 통해서는 디자인의 경제학을, ‘술집에서 땅콩은 공짜로 주면서 물은 돈을 받는 이유는?’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왜 스타벅스는 메뉴에서 쇼트사이즈를 숨길까?’에서는 할인가격의 트릭을 설명하는 식이다. 독자들은 짤막하고 쉬워 부담 없는 조각 글들을 읽으며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 저절로 터득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은이는 책에 소개된 모든 사례를 꿰뚫는 원리가 경제학 개념의 모체인 ‘비용편익의 원리’라고 말한다.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 클 때에만 합리화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합리적인 듯 각박하기도 한 이 원리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환경, 인간과 동물의 모든 행동방식’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실로 ‘경제적’인 사고방식을 제안한다. 책을 편집한 신동해씨는 “<괴짜경제학>과 <경제학 콘서트> 이후 이렇다 할 좋은 경제교양서가 없었다”며 “단기간의 필요에 부응하는 경제실용서가 아닌, 경제 두뇌를 길러줄 교양서가 부재했던 시장 상황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한 달 남짓 만에 5만부가 팔렸다. 경제경영서나 실용서를 많이 읽는 직장인과 인문·경제교양서를 즐겨 읽는 대학생 독자가 가장 큰 독자층이라고 한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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