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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권력- 역사가 긴장관계 새로운 해석

등록 2007-10-12 20:52수정 2007-10-12 20:56

〈소설 사마천〉
〈소설 사마천〉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

<소설 사마천>
커언후이 지음·김윤진 옮김/서해문집

사마천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뚜렷한 논쟁점이 떠오른다. 궁형이라는 가혹한 형벌을 받고도 살아남아 역사서를 남긴 것은 가치 있는 일일까 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사마천이 이릉을 변호한 것도 고민거리를 안긴다. 신하된 자가 군주에게 참된 것을 말하고자 할 때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이릉에 얽힌 이야기도 토론거리다. 전멸의 위기상황에서 자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수치를 참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운명을 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자들이 겪은 고뇌는 읽는이들에게 곱씹어 생각해볼 것들을 던져준다.

백이·숙제편에서 사마천이 내뱉은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백이와 숙제처럼 덕을 쌓고 행실이 고결한 사람이 굶어 죽었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은 궁핍하여 지게미나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다 요절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도척은 잔인한 짓을 도맡아 하며 세상을 어지럽혔으나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으니, 사마천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말, 하늘의 뜻이란 사사로움이 없고 착한 이들의 편인가?”라고. 사마천의 정직한 현실인식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다.

커원후이의 <소설 사마천>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권력과 역사가의 긴장 관계가 그것이다. 작가는 무제를 일러 영민한 군주와 폭군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평가한다. 영민하다보니, “그대는 오직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사서를 완성하라. 그대의 명성은 천추에 길이 빛날 것이고, 짐의 명성도 그대 덕분에 길이 빛날 것이다. 짐과 그대가 한마음이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본보기를 남기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할 줄 안다. 폭군이다 보니, 사마천에게 궁형이라는 형벌을 내리는데다, “사마천의 글이 훌륭한 까닭은 짐이 그를 학대했기 때문”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긴장관계는 무제에게 마키아벨리적 고독을 강제한다. 문장 잘 쓰는 이가 필요하나 그에게 중책을 맡기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관료로서 탁월한 이들 가운데 글 잘 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사마천을 중용하고 사마천을 죽이는 것, 모두 영원히 벌을 받을 행위”라 말하게 된다. 권력의 변덕에 명줄을 맡길 수밖에 없는 사마천에게는 그래서 처신이 중요하다. 아버지 사마담이 이를 강조했으니, 아무리 사관이 “죽통 위에 붓을 든 작은 황제”라 해도 자신의 재능을 뽐내면 안 되는 법이다. 외려, “황제에게 사관의 존재를 잊도록 한 후 조용히 글을 써야만 믿을 만한 역사를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를 피할 수” 있다.



이권우 / 도서평론가
이권우 / 도서평론가
오늘의 사관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언론이겠구나 싶어진다. 나날이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데다 그것의 가치를 평가하고, 앞날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정작 오늘의 사관들은 권력과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더욱이 이제는 권력이 정치에서 경제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졌으니, 이 새로운 군주와 어떤 긴장관계를 펼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함부로 말할 바는 아니나, 사마천 같은 이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듯싶다. 지금 이곳에 하늘의 뜻이 과연 올바른 이들의 편에 있느냐고 울부짖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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