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파트·KTX의 문화적 의미는
<문화의 발견-KTX에서 찜질방까지>

문화는 삶 속에 터잡고 있음을 일상을 들어 설명한다. 고속철도가 개통했다. 문화적 의미는? 사람들은 창밖을 바라보지 않게 돼 여행의 질감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열차는 우주선 같은 추상공간이 되고, 그 속에서 방향감각은 상실된다. 열차 바깥의 경치는 증발되어 버린다.

아파트의 문화적 의미는? “사람에게는 타자와 어울리고 싶은 욕망과 자기만의 고립된 세계에 은둔하고 싶은 욕망이 공존하는데, 아파트는 후자를 매우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준다.” 이런 탈공동체적 특성은 이해관계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아파트 관리비 집행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주변의 일상 공간 30곳을 택해 우리 삶과 문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논술 대비 학생들을 배려해 토론용 질문도 따로 달았다.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신림동과 봉천동에는 더 이상 빈민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동의 행정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발의 문건에서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김찬호 지음/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중국TV에서 인기폭발한 ‘삼국지’ 강의
<삼국지 강의>

서양문화권이 자랑하는 〈호메로스〉에 비견되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영원한 고전인 〈삼국지〉, 분서갱유와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며 사라지거나 외면당했던 중국의 고전을 부활시켰다는 화제의 텔레비전 강의 ‘삼국지’를 옮긴 책이다.

2006년 중국 국영 〈중앙텔레비전〉(CCTV)의 〈백가강단〉 프로그램에서 지은이 이중톈 샤먼대 교수가 강의한 ‘삼국지’는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 열기를 타고 출간된 ‘삼국지 강의’(원제 품삼국)는 최근까지 500만부가 넘게 팔리고 있다. 무려 14%의 인세를 받은 지은이는 지난 3월 〈포브스〉에서 중국 갑부 47위에 오르며 학술계 스타이자 대표 문화인물로 뽑혔다.

그의 강의는, 소설 〈삼국연의〉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되 1차 사료에 근거한 해설과, 최고의 주석서로 알려진 ‘배송지 주’를 100% 활용하는 등 역대 ‘삼국지’ 연구를 집대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교수는 “‘삼국지’는 중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한국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중톈 지음·김성배 양휘웅 옮김/김영사·1만6000원.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엄마의 길은 마음공부의 길
<엄마들을 위하여>

“나는 엄마가 되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보물을 받았다.”

20여년 동안 불교 수행을 해온 지은이는 임신과 출산, 양육 등 ‘엄마’로서 겪은 고통과 행복의 순간들이 또 다른 ‘마음공부’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임신이라는 민감한 상태는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줬고, 출산은 나를 여성의 길로 이끄는 입문의식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열네 살 딸아이가 우울증에 빠져 방황했을 때. 지은이는 아이를 3주 동안 ‘야생 체험 프로그램’에 보내놓고 날마다 아이를 위해 기도했고, 아이는 ‘평정심을 갖고 기다려준’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래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책이기는 하지만, 지은이가 깨달은 불교의 가르침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의 ‘지금 이 순간’과도 마주치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마음을 닦듯이 설거지나 집청소를 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적인 수행’이다. 화가 나고 혼란스러울 때 집안일에 집중하면 ‘밝은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지은이에게는 일상이 바로 명상이다. 재클린 크래머 지음·강도은 옮김/샨티·1만1000원.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