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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900년초 세계도시와 견줘본 서울은 어땠을까

등록 2007-03-08 20:04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조선, 1901> 지그프리트 겐테 지음. 책과함께 펴냄. 1만2천원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조선, 1901> 지그프리트 겐테 지음. 책과함께 펴냄. 1만2천원
잠깐독서 /

지리학자이자 독일 신문기자였던 지그프리트 겐테가 구한말인 1901년 서울과 강원 산간지역, 금강산 그리고 제주도를 탐방하고 보고 느낀 점을 적었다. 당시는 청일전쟁과 명성황후 시해, 그리고 아관파천으로 이어지는 격변을 통해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지배력을 급격히 키워가는 시기였다.

겐테는 일본 증기선을 타고 제물포에 도착해 당시 독일 자본으로 금 채굴 작업을 벌이고 있던 강원도 당고개 지역을 찾아간다. 이후 동해안까지 밟았으니 한반도를 횡단한 셈이다. 제주도도 찾아 한라산 높이를 측량했다.

저자가 한반도 방문에 앞서 워싱턴과 중국·사모아·모로코 등지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말해주듯 이 글은 단순한 인상기를 뛰어넘는다. 106년 전 한반도를 동시대 세계의 다른 지역·사람들과 비교해 그 차이를 묘파하는 대목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서울의 지리여건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이란 테헤란과 입지여건이 비슷하다고 적었다. 산기슭 아래까지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다, 주변에 높은 산들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게 비슷하다는 것. 지리 전문가답게 세도시의 차이점도 밝힌다. 한가지 더. 당시 서울은 전신과 전화, 전차와 전기를 동시에 갖췄다. 그의 지식으로는 베이징이나 도쿄, 방콕이나 상하이 같은 어떤 대도시도 당시 이 모두를 갖추지는 못했다.

여행자 시선이 궁극적으로 멈추는 곳은 사람들이다. 왜 금강산 유점사의 스님들은 이방인인 자신에게 그렇게 개방적이었을까. 왜 이 땅의 젊은 여성들은 이방인이 보는 앞에서 과감하게 가슴을 드러내놓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일까. 왜 이 사람들은 하나의 종교에 집착하지 않고 유교, 미신, 불교 등 여러 종교를 두루 받아들이는 것일까. 이방인으로서 당연히 가질법한 이런 의문에 저자는 꽤 명석한 해답을 내놓는다. 여행은 편견과의 대결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과 중국 혹은 기독교 선교사 등의 정보를 통해 알려진 ‘한국인은 불결하다’, ‘한국의 비구니는 부도덕하다’는 풍문이 사실과 다름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도 인상적이다.

그가 유숙하는 마을마다 낯선 외국인을 보기 위해 난리가 난다. 원주민들의 호기심과 관찰은 정당하며 그들은 이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모든 태도는 알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쌍방 모두 우리 속 동물을 바라보는 어린이가 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급속한 세계화로 100년 뒤 세상에선 이런 ‘진지한 성찰’이 실효를 가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그가 예상했을 지 궁금하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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