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고 참신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일본 소설들이 한국의 서점가를 점령했다. 사진은 교보문고에 마련된 일본 소설 전용 매대에서 소설을 고르고 있는 독자들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쿠타 히데오·에쿠니 가오리·이시다 이라…
기발한 일본작가들 한국 공세 서점 매대 독차지
개인주의적 삶·쿨한 연애 20~30대 공감 끌어내
수입 로열티 급증·국내작가 홀대 부작용
기발한 일본작가들 한국 공세 서점 매대 독차지
개인주의적 삶·쿨한 연애 20~30대 공감 끌어내
수입 로열티 급증·국내작가 홀대 부작용
커버스토리 /
2007년 새해에도 일본 소설 열풍은 멈추지 않을 듯하다. 최근 2~3년 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일본 작가들인 오쿠타 히데오(공중그네), 에쿠니 가오리(도쿄타워), 이시다 이라(1파운드의 슬픔), 이사카 코타로(사신 치바) 등의 최신 화제작이 올해에도 출간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소설 하면 <상실의 시대>만 떠오른다면 아마 당신은 나이가 들었거나 서점 나들이를 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대형 서점에는 이미 일본소설만을 위한 매대가 따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에서 위에 언급한 신진 일본 인기 작가들의 소설을 비롯해 발음하기도 힘들고 헷갈리는 수많은 일본 작가들의 이름과 대면할 수 있다.
일본소설은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전력이 있을 만큼 탄탄한 정통 소설의 맥락에, 여러 문예지와 문학상을 통해 꾸준히 양산되는 일정 수준의 대중소설 작품들이 다양하고 (사실 일본소설에는 대중소설과 정통소설의 경계가 그리 강하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 일본소설의 저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 문고본이 나온다는 점만 보아도 일본의 출판계와 우리 출판계의 규모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 권위상 수상작 3년새 밀물
이러한 일본소설의 국내시장 열풍의 과정을 한번 돌아보자. 2003년 말 아쿠타가와상은 19살의 와타야 리사와 20살의 가네하라 히토미의 공동수상이었다. ‘일본의 이상문학상’ 이라고 할 만한 권위의 상을 이 ‘어린’ 두 여성이 차지하였고, 와타야 리사의 수상작인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은 20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2004년 초 도서출판 황매에서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국내에 소개할 때만 해도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그리 많지 않았다. 90년대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정도가 꾸준했으며, <냉정과 열정사이>로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가 점차 알려지던 시기였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고, 일본의 젊고 세련된 작가들의 소설이 계속 국내에 소개가 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소개된 일본 소설의 경향은 개인주의적 삶, 쿨한 연애, 사회에 대한 담담한 시선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국내 주요 소설 독자들(20, 30대 여성)에게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더 이상 시대와 가족 등에 얽매이지 않는, 개인적인 삶을 만끽하고픈 우리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재일교포 작가로 유명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레볼루션 넘버 3>가 빠른 호흡의 문체와 신선한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고, 4명의 14살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이시다 이라의 나오키상 수상작 <4teen> 역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5년 초에 출간된 오쿠타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만화 같은 캐릭터와 시트콤처럼 유쾌하고 잘 연출된 구성의 재미를 보여주면서 단숨에 그 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고, 2006년에는 자신만의 기발한 작품세계인 ‘이사카 월드’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다섯 권이 연달아 국내에 출간되었다. 이들은 일본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로 유명하며 동시에 대중소설 최고의 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아니, 이사카 고타로는 제외다. 이사카 고타로는 각각 다른 작품으로 나오키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지만 모두 고배를 마신 5수생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나오키상 후보에 오를만한 수준작을 꾸준히 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추리소설 매대도 따로 생길 판
이들 뒤로도 많은 작가들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 기타무라 가오루, 가쿠타 미쓰요, 오사키 요시오, 가와카미 히로미, 야마다 에이미 등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과 친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꾸준히 소개되었고, 야마모토 슈고로상, 스바루 문학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문예상 등을 수상한 작가들 혹은 수상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벚꽃 만발한 4월의 거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서점 곳곳에 피어나 있다. 여기에 2006년 하반기에는 일본 추리소설들이 전격 등장했다. “일본인이어서 좋은 것은, 모국어로 일본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일본 추리소설의 넓이와 깊이는 만만찮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오키상 수상작 <이유>를 비롯한 대표작 일곱 편이 연달아 출간되었고,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우타노 쇼고 등 명성이 자자한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07년에도 이어져 기존의 브랜드를 형성한 일본 소설군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할 듯하다. 올해 여름, 대형 서점에서 다양한 일본 추리소설이 따로 분류되어 있는 매대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 소설이 국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일본 소설을 출간하는 출판사들의 경쟁은 자연히 과열되었고, 메이저급 대형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일본 소설 수입에 열을 올리는 현상이 고조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곧 로열티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 출판사와의 계약은 에이전시들(한국 일본 각각)을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 선례이고, 계약금을 선인세로 지불하고 있다. 2003년만 해도 일본소설 한 권의 평균 계약 선인세가 20~30만엔 선이었다면 지금은 40~50만엔 선부터 오퍼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이름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거나 수상작의 경우에는 100만엔을 쉽게 넘어가버리곤 한다. 문제는 이렇게 구입한 일본소설에 번역료와 홍보 마케팅비를 지출하면 출판사 측에서 이익을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출판시장 규모에서 이러한 과다 오퍼 경쟁은 철저히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내에서 검증이 안 된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비싼 돈을 들여 우후죽순 내기보다는, 참신한 국내 작가를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검증 없는 수입 과열 지양해야 일본 소설의 인기는 문화와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젊은이들의 공시대성을 확인케 한다. 한국소설도 일본 독자들에게 녹아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국내 30대 초중반 데뷔 작가들의 소설집들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들의 작품이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다면 기민한 일본 출판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통한 교류, 책을 통한 만남이 양국의 독자들과 작가들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2007년이 되길 기원한다. 김정행/도서출판 황매 소설팀장
이들 뒤로도 많은 작가들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 기타무라 가오루, 가쿠타 미쓰요, 오사키 요시오, 가와카미 히로미, 야마다 에이미 등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과 친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꾸준히 소개되었고, 야마모토 슈고로상, 스바루 문학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문예상 등을 수상한 작가들 혹은 수상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벚꽃 만발한 4월의 거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서점 곳곳에 피어나 있다. 여기에 2006년 하반기에는 일본 추리소설들이 전격 등장했다. “일본인이어서 좋은 것은, 모국어로 일본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일본 추리소설의 넓이와 깊이는 만만찮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오키상 수상작 <이유>를 비롯한 대표작 일곱 편이 연달아 출간되었고,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우타노 쇼고 등 명성이 자자한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07년에도 이어져 기존의 브랜드를 형성한 일본 소설군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할 듯하다. 올해 여름, 대형 서점에서 다양한 일본 추리소설이 따로 분류되어 있는 매대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 소설이 국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일본 소설을 출간하는 출판사들의 경쟁은 자연히 과열되었고, 메이저급 대형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일본 소설 수입에 열을 올리는 현상이 고조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곧 로열티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 출판사와의 계약은 에이전시들(한국 일본 각각)을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 선례이고, 계약금을 선인세로 지불하고 있다. 2003년만 해도 일본소설 한 권의 평균 계약 선인세가 20~30만엔 선이었다면 지금은 40~50만엔 선부터 오퍼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이름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거나 수상작의 경우에는 100만엔을 쉽게 넘어가버리곤 한다. 문제는 이렇게 구입한 일본소설에 번역료와 홍보 마케팅비를 지출하면 출판사 측에서 이익을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출판시장 규모에서 이러한 과다 오퍼 경쟁은 철저히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내에서 검증이 안 된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비싼 돈을 들여 우후죽순 내기보다는, 참신한 국내 작가를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검증 없는 수입 과열 지양해야 일본 소설의 인기는 문화와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젊은이들의 공시대성을 확인케 한다. 한국소설도 일본 독자들에게 녹아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국내 30대 초중반 데뷔 작가들의 소설집들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들의 작품이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다면 기민한 일본 출판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통한 교류, 책을 통한 만남이 양국의 독자들과 작가들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2007년이 되길 기원한다. 김정행/도서출판 황매 소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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