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엄마 학교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 같지만, 알고 보면 이 일처럼 낯설고 겁나는 일도 없다. 화초를 키우는 데도 세심한 배려와 사전 지식이 이었야 하는데, 독립된 인격체를 하나부터 열까지 돌보고 기르는 일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밥 짓는 법을 배우듯이 엄마 되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엄마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 큰솔 출판사가 펴낸 <엄마 학교>는 모든 엄마들이 씨름하는데 아무데서도 답해주지 않는 이 문제를 문제로 던지고 그 해법을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지은이 서형숙씨는 ‘엄마 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사람이다. 두 아이가 어엿이 자라 이른바 명문 대학에 들어간 경우다. 그러나 그의 강조점은 ‘좋은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밝고 활기차고 바르게 자랐다는 데 놓여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점수를 잘 받고 좋은 학교에 가는 것보다는 참되게 살기를 바랐다. 오늘도 내일만큼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사는 일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말하자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다.”
시험점수나 대학입시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었다는 얘긴데, 지은이는 자기 삶으로 그 소중한 것을 보여준 쪽이다. 1989년 한살림 공동체운동을 만들어 이끌어오면서 “좋은 아이를 만들려면 먼저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그대로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실천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자신의 체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을 펴낸 큰솔 출판사 이세은 팀장은 “지난해 말쯤 잡지에서 서형숙씨 소개글을 우연히 읽었는데, 거기서 아이 기르는 법을 몇 가지를 얻어들은 게 책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도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서형숙씨의 육아법이 마음에 와 닿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이 책이 완성될 무렵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서울 종로구 북촌에 ‘엄마 학교’를 냈는데, 그 이름이 그대로 책 제목이 됐다.
이 책은 지은이가 스스로 겪고 깨달은 것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내가 해본 바로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이게 하는 최고의 질문은 ‘얼마나 즐거웠니?’이다. ‘무얼 배웠니?’ 한다면 아이는 그 긴 시간 동안 배운 것들 중에서 무엇부터 말할까 정리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진다. 더구나 집으로 들어서는 현관에서부터, 그건 환대가 아니다. ‘얼마나 즐거웠니?’ 하고 물으면 대답하기 전부터 아이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은 두 마음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을 느낀다. 다른 집처럼 아이를 움켜쥐고 학원으로 보습으로 내몰지 않으면 아이가 낙오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이렇게 아이들 들볶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하는 의심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번이도 흔들리는 것이다. 지은이는 단호하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히, 어릴 때 원없이 놀게 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엄마가 대범해야 한다.
“원래 나는 대범한 성격이 아니었다. 소심해서 지나간 일을 다시 마음에 담아 되뇌고 불편해했다. 그렇지만 대범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으며 사소한 것에 마음 쓰지 않고 작은 실수는 그냥 넘기는 대범한 엄마. 처음에는 그런 척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내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너그러움, 기다려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여유로움은 아이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이세은 팀장은 “아이와 엄마가 행복과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그 첫 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인터넷서점에 서평을 올린 한 독자(아이디 솔님)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학교, 이 책에서 나은 배웠다. 기다려주는 것, 사랑을 표혀하는 것, 모범을 보이는 것, 세상 모든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이라는 것.” 출간 두 달 만에 이 책은 3만부 정도 팔렸다. 이제는 ‘아빠 학교’도 나올 때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원래 나는 대범한 성격이 아니었다. 소심해서 지나간 일을 다시 마음에 담아 되뇌고 불편해했다. 그렇지만 대범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으며 사소한 것에 마음 쓰지 않고 작은 실수는 그냥 넘기는 대범한 엄마. 처음에는 그런 척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내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너그러움, 기다려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여유로움은 아이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이세은 팀장은 “아이와 엄마가 행복과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그 첫 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인터넷서점에 서평을 올린 한 독자(아이디 솔님)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학교, 이 책에서 나은 배웠다. 기다려주는 것, 사랑을 표혀하는 것, 모범을 보이는 것, 세상 모든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이라는 것.” 출간 두 달 만에 이 책은 3만부 정도 팔렸다. 이제는 ‘아빠 학교’도 나올 때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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