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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끼 넘치는’ 디자이너 부부의 여행지침서

등록 2006-09-14 18:57수정 2006-09-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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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공상 소년 소녀’라고 부르는 서른다섯살 동갑내기 디자이너 부부가 낸 독특한 여행서 <공상소년소녀 UGUF의 30일간의 도쿄탐험>(박은희·이경인 지음, 한길아트 펴냄)이 젊은 감각의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출판시장의 오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행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무섭게 타면서 지난달 16일 1쇄가 나온 지 한달도 채 안돼 2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UGUF는 불어로 Un Garcon Une Fille(한 소년 소녀)의 줄임말이다. ‘공상 소년 소녀’라는 이름도 UGUF가 결혼 직후 프랑스에서 살면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공상을 자주 하게 됐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자유로움을 느끼면서 지은 애칭이다. 이미 UGUF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홈페이지(www.uguf.com)와 파리와 캐나다 생활을 바탕으로 여행서 <파리의 보물창고> <캐나다의 보물창고>를 통해 자기들만의 개성있는 여행법을 소개하면서 새로움을 갈망하는 젊은 네티즌과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UGUF의 여행서들이 꾸준히 인기를 더해가는 까닭은 기존의 정보 중심의 여행서와는 뚜렷히 구별되는 끼 넘치고 독특한 여행법과 시시콜콜하다고 여겨질 만큼 다양하고 감도 높은 사진, 프로페셔널한 감각을 살려 직접 손질한 세련된 책 디자인 덕이다.

먼저 이들의 도쿄여행은 기존 도쿄 여행서들이 지나쳐버리는 새롭고 아기자기한 재밋거리가 숨어 있는 또 다른 일상으로 독자들을 이끈다는 점이다. UGUF는 흔히 기존의 관광 가이드북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나 먹거리를 소개하는 대신에 도쿄의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독특한 문화와 트렌드를 찾아내 새롭고 특별한 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틀에 얽힌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기만의 관점에서의 여행, 또는 낯선 땅에서 현지인처럼 체류해보는 경험을 꿈꾸거나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 평범한 일본인들의 실제 문화를 느껴보길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출판사쪽에서도 저자들에게 단순한 정보성 기사보다 흥미롭고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있는 여행서를 주문했으니, UGUF의 개성 만점의 여행법과 출판사의 의도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이 책은 장기체류형 여행서라는 것도 특이하다. 도쿄에 먼저 도착한 UF(박은희)는 뜨내기식 여행이 아니라 한적한 동네 가쿠게이다이가쿠의 일본인 친구 치히로의 좁은 다락방에서 붙박이로 머물면서 도쿄의 이곳 저곳을 꼼꼼히 돌아보고 일본인의 생활을 깊숙히 들여다본다. 따라서 알려지지 않은 일본인의 색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여행서를 읽는 즐거움이다. 함께 살아도 끼니는 각자 챙겨먹고, 남자 친구의 직업이 스님이어도 거리낌이 없으며,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도 주저없이 자신의 빨래를 맡기는 일본의 젊은 세대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UF는 렌터하우스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오리와 사츠키, 후미히로 등 친절한 일본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원조 사누키 우동을 맛보기도 하고, 미용학교를 졸업한 친구의 소개로 파리 유학파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겨보기도 한다.

도쿄 여행의 후반에 서울에서 남편 UG(이경인)가 휴가를 받아 합류하고 지유가오카의 위클리맨션이라는 비교적 저렴하고 합리적인 콘도형 숙소로 옮기면서 여행패턴이 확 바뀌는 것도 신선하다. 취향이 정반대인 UF와 UG가 8일 동안 아웅다웅거리고 생활하면서 각기 다르게 일본을 체험하려는 여정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도착 첫날부터 일본의 밤문화를 체험해야 한다며 밤마다 선술집을 전전하는 UG의 뒷골목 탐험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발품을 팔아가며 도쿄 근교에 있는 수산시장인 쓰키지어시장, 도쿄 근교 가마쿠라의 섬 에노시마 여행, 독특한 장난감과 전화기, 스탠드 등 빈티지 앤티크를 즐기는 UGUF의 독특한 쇼핑 이야기들도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도쿄에서 남과 다른 경험을 맛보고 싶어하는 ‘공상 소년 소녀’를 위한 여행지침서인 셈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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