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 사업이 논란이다. 지난달 2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업이 ‘부실투성이’이고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방만한 운영’을 했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질타하며 ‘사업의 구조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의아한 일이다. 세종도서 사업의 주최는 엄연히 문체부이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사업을 실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 약 84억 원 이상이 투입되어 진흥원 사업 예산 중 가장 비율이 높고, 다른 해처럼 세밀하게 문체부가 사업을 관리해 왔다. 그런데 만약 진흥원이 이 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면 결과적으로 문체부의 잘못이라는 자책골이 된다.
문체부가 문제 삼은 것은 심사 공정성 문제다. 심사위원의 자격 기준 및 검증 과정, 도서 선정 기준별 배점표와 채점표 미비 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성명서와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를 반박하며 이 사업의 속행을 요구했다. 출판계 입장에서는 관심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4월 중순에 나갔어야 할 사업 공고가 지연된 것은 문체부 고위급이 이 사업에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합리적 논의를 통해 내년 사업부터 이를 적용하고, 올해는 정책 고객들에게 예고된 일정대로 개선 가능한 부분들을 적용해 사업을 속히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문체부가 문제 삼는 심사 공정성 문제는 정말 있을까. 진흥원은 370여 개 국내 학회 및 관련 단체들에 의뢰하여 심사위원 풀을 구성한다. 지난해의 경우 교양 분야 183명, 학술 분야 69명의 심사위원이 사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2단계 합의제 방식을 통해 최종 선정 도서를 뽑는다. ‘우수 교양도서’(1968년부터)와 ‘우수 학술도서’(1996년부터)를 이어받아 2014년부터 현재의 사업 명칭으로 굳어진 이래,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제외하고는 심사 공정성 시비가 크게 없었다.
세종도서 교양 부문의 경우 지난해에 경쟁률이 15.8대1을 기록할 만큼 선정되기 어려우니, 탈락한 출판사나 저자들이 심사 공정성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상대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작을 뽑는다. 어떤 책이 우수하지 못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나은 책을 선정한다. 이 사업 심사에 명예롭게 참여했던 역대 심사위원들이 불공정하게 선정을 한 것처럼 오해를 줘서는 안 된다.
세종도서 사업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좋은 책과 만나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래서 사업 목적을 ‘양서 출판 의욕 진작 및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 도모’로 명시했다. 지난해에 교양도서 550종, 학술도서 400종을 선정하여 지원을 희망하는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병영도서관, 대학도서관, 사회복지시설, 교정시설 등 총 2506곳에 약 43만 권을 보급했다. 각종 도서관의 도서구입비가 여전히 태부족한 현실도 이 사업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세종도서 사업비를 줄이라고 문체부를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책과 만나기 어려운 국민과 독자를 위해 세종도서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책 읽는 윤석열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