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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단독] JMS 정명석 책, 대학 도서관에 버젓이

등록 2023-04-26 07:00수정 2023-04-26 14:00

1995년 등단…시집·수기 등 서울 10개 대학에
국립도서관·이화여대 등 일부만 ‘이용보류’ 조처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비치된 JMS 교주 정명석의 책들을 모두 열람하기 위해 한데 모았다. 사진 정성환 <한겨레21> 교육연수생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비치된 JMS 교주 정명석의 책들을 모두 열람하기 위해 한데 모았다. 사진 정성환 <한겨레21> 교육연수생

성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형(10년)을 치른 뒤 또다시 성폭행 혐의로 재판 중인 제이엠에스(JMS·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78)이 쓴 시집·수기 등이 주요 대학도서관에 버젓이 비치되어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특히 전국 7개 여자대학의 경우 이화여대·광주여대만 검색·대출 제한과 같은 열람 통제를 취했을 뿐 나머지 대학에선 별다른 조처 없이 책 정보에 따라 ‘영성 시인’인 양 ‘전시’되고 있다. 시중 여러 공립도서관에서도 그의 책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이는 <전두환 회고록>이나 성추행으로 실형을 받은 동화작가 한예찬의 저작물이 논란 이후 열람 제한되거나 폐기까지 된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국립중앙도서관은 소장 중이던 정명석의 책 전체를 대상으로 신청제한 조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위 신청제한 안내 도서는 정명석의 시집 <시의 여인>.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명석은 1995년 월간지 <문예사조>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 현재까지 7권의 시집을 펴냈다. <만남>(2021), <시 좋아>(2020), <행복은 온다>(2016, 이상 명문), <시의 여인>(2013) <시로 말한다>(2013, 이상 명) 등이 특정 출판사를 통해 꾸준히 발행·유통되어 왔다.

자신의 베트남 참전 경험을 소재로 한 <사랑과 평화다>(2018, 명문)도 대표작으로 간주된다. 4권짜리로 ‘전쟁터에서도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했던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정명석을 미화 찬양하는 다른 필자들의 책도 있다.

<한겨레>가 서울 10개 대학(경희·고려·서강·서울·성균관·시립·연세·중앙·한국외·한양대) 도서관의 소장도서(단행본)를 확인한 결과, <사랑과 평화다>가 9개 대학, <시의 여인>이 8개 대학, <시로 말한다>가 7개 대학에 비치돼 열람·대출이 가능했다. 지난달 초부터 미디어를 통해 정명석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실명 고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다.

서강대는 정명석의 책 6종을, 서울대와 시립대는 <사랑과 평화다> 1종을 비치하고 있었다. 동덕·덕성·서울·성신·숙명 등 여자대학들도 별다른 조처 없이 정명석 책을 비치하고 있었다. 덕성·숙명여대엔 7종이 비치되어 있다.

이는 만 16살 이상 이용 가능한 국립중앙도서관이 정명석의 책 일체(66)를 ‘신청제한’ 중인 것과 대비된다. 아동 성추행으로 처벌 받은 동화작가 한예찬(55)의 책이 국립중앙도서관과 시중 도서관 대부분에서 열람제한 내지 아예 폐기된 것과도 다르다. 국립중앙도서관 쪽은 <한겨레>에 “사회적 물의 등을 일으킨 저자(정명석)의 책으로 내부 지침에 따라 열람제한 전 단계인 신청제한(열람유보 및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비치된 정명석의 시집들. 사진 정성환 &lt;한겨레21&gt; 교육연수생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비치된 정명석의 시집들. 사진 정성환 <한겨레21> 교육연수생

전국 7개 여대 중 정명석의 책이 단 한 종도 검색되지 않은 데는 이화여대가 유일했다. 이화여대 도서관 관계자는 “<시의 여인> <시로 말한다> <사랑과 평화다> 등 3종6책이 비치되어 있었으나 지난달 초 논의 끝에 사회적 파장이 크고 책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모아 검색제한하고 별치(별도보관)해 이용을 보류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이 학교 도서관은 대신 정명석을 추어올리는 책 <나의 푸른날 베트남 전쟁터에서: 戰場(전장)에서 만난 하나님 사람>을 비치 중이었다. 광주여대는 정명석 책 <행복은 온다>를 보관서고에 두고 제한적으로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비치된 정명석의 수기 &lt;사랑과 평화다&gt;. 사진 정성환 &lt;한겨레21&gt; 교육연수생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비치된 정명석의 수기 <사랑과 평화다>. 사진 정성환 <한겨레21> 교육연수생

온라인서점 등에서도 정명석 책은 지속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제공하는 ‘작가정보’는 정명석이 “베스트셀러 시집 <영감의 시> 1~5집을 발표”했고 “성자께 배운 말씀을 세계 25개국에 전파해 왔”으며 “세계 평화를 위한 예술, 스포츠 등 활발한 문화 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정명석 시 등을 소개하는 이들의 온라인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한 블로거(‘오서 오세영’)는 <행복은 온다>를 두고 “다른 시인들의 시집도 인생이 담기고 사회가 담기고 김소월 등 1900년대 시들은 민족과 역사가 담겼지만 역시 하늘을 담은 정명석 스승 시맛 만큼은 못 느끼겠다”며 “그림 보는 재미도 있다”고 블로그(2019년 5월)에 썼다. 정명석의 시는 <한국시대사전>(2011, 을지출판공사)에도 10편가량 수록되어 있다. 정명석을 등단시킨 <문예사조>의 2011년 당시 편집국장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한겨레>에 “정명석의 책이 대학도서관에 입고된 과정부터가 흥미롭다”며 “책 자체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범죄집단이니 범죄 피해자 생산을 막는다는 데 있어 별도 비치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겠다. 성범죄자 저자의 경우, 작품을 통해 가해자가 계속 ‘상징자원’을 쌓는 게 문제인데 그렇더라도 단순히 지우는 방식보다 담론으로 견제하는 방식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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