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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더 글로리’와는 다른 복수…약함에도 의미가 있으니까

등록 2023-04-21 05:00수정 2023-04-24 10:50

2002년 가수로도 데뷔했던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47). 누리집 갈무리
2002년 가수로도 데뷔했던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47). 누리집 갈무리
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l 책세상 l 1만4800원

천명관 작가가 김지영 번역가와 함께 <고래>(2004)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자가 될지는 다음 달 23일 결정된다. 선정시 아시아 작가로는 인도계와 한강 작가(<채식주의자>, 번역 데버러 스미스)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두 차례 노벨문학상 수상 국가인 일본은 ‘부커상’도 사실 일찌감치 받았다. 2005년 추가 신설되어 번역의 가치를 함께 기리는 인터내셔널 부문이 아닌 온전히 작가·작품에 주어지는 본상(1969년 제정)으로 6살에 영국으로 이주한 일본계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 호명된 게 1989년이다.

다만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이력은 없다. 최종후보(쇼트리스트 6편) 경우, 2020년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더 알려진 오가와 요코의 <더 메모리 폴리스(The Memory Police)>(1994년), 그리고 2022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번역 안톤 허)와 함께 올랐던 가와카미 미에코의 <헤븐(Heaven)>이 전부다.

때마침 <헤븐>이 국내 새 번역(재출간)됐다. 2010년 작품. 중학생 ‘나’의 신체적 특징(사시)을 트집 잡아 가해지는 니노미야 패거리의 학교폭력은 집요하고 악랄하고 지능적이다. 인간사회 악마성의 시현이 소설의 목적인 양 세세히 그러나 담담히 폭력은 지속된다. ‘나’에게 손을 내민 이 있으니 또 다른 학폭 피해자인 여학생 고지마. 나약하나 패배하지 않기 위한 두 10대의 슬픔과 고통은 노소를 떠나 울림을 준다.

어느 날 사시 눈을 수술하겠다는 ‘나’에 실망했다며 하염없이 우는 고지마의 속내, 비 오는 날 니노미야에게 맞선 고지마의 마지막 벌거벗은 저항이 모두 그러하다.

울음을 비집고 환청처럼 들려오는 여중생 고지마의 말은 이렇다.

“우리는 복종하고 있는 게 아니야.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올바른 게 뭔지 알아. 여기에는 확실한 의지가 있는 걸. (…) 약함에는 의미가 있어. 분명한 의미가 있다니까. (…) 이 고통과 괴로움은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걸 제대로 증명해내야 해….”

‘헤븐’은 고지마가 좋아하는 한 미술 작품의 원제목이 시시하다며 직접 다시 붙인 제목으로, “모든 걸 극복하고 도달한, 평범해 보이는” 공간을 뜻한다. 고지마는 ‘나’를 미술관에 데리고 간다. 앞서 서로 처음 만난 데가 낡은, 그러나 둘은 거뜬히 품어줄 만한 콘크리트 ‘고래’ 조형물이 있던 공터였다.

지극히 소소하고 당연한 1인분의 평온이 진부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현실을 부커상 쪽은 주목한 모양이다.

가와카미 미에코(47)는 2019년 2월 도쿄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와 대담하며 ‘남편의 이름을 부르자’는 칼럼을 썼다가 공격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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