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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새 책이 부족한 공공도서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등록 2023-04-07 05:00수정 2023-04-10 09:54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거나 빌리기 위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도서관 이용자 10명 중 7명은 독서와 자료 대출, 자료 조사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공공도서관에서 새 책을 충분히 볼 수 있을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새 책 이용에 대한 체감 만족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도서관 전체 예산은 대체로 매년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예산이 인건비와 운영비로 지출되면서 자료구입비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공공도서관의 한 해 예산 가운데 자료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9.9%에서 2021년 8.9%로 감소 추세다.

한국도서관협회가 10년 전에 제정한 ‘한국도서관 기준’에서 권장하는 연간 자료구입비 비율은 20% 이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절반 이하다. 사문화된 기준인 셈이다. 자료구입비는 공공도서관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찬밥 신세다. 올해처럼 예산이 긴축되면 도서관들은 제일 먼저 자료구입비부터 줄인다. 도서관에서 책 구입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면 도서관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2년(2021년 기준)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한 관당 자료구입비는 약 9천만 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이 예산으로 도서관마다 평균 7천 권을 구입했다. 이는 같은 해에 발행된 신간 6만4천여 종(대한출판문화협회 납본 통계)의 11%에 불과하다. 좋은 책이 있어도 구입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도서관 전체 장서 중에서 2021년에 사들인 도서의 비중은 7%에 불과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주로 최근에 발행된 책을 보려고 도서관을 찾지만 장서의 최신성이 부족하여 원하는 책을 만날 가능성이 작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최근 펴낸 ‘도서관 자료구입비 적정성 산출 및 증액 방안 연구’에 소개된 해외 사례를 보면, 호주의 경우 공공도서관 장서의 5년 이내 발간 도서 비율을 60% 정도로 유지하도록 권장한다. 이에 비해 국내 공공도서관의 5년 이내 장서 비율이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새 책의 비율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도서관이 새 책 구입에 인색하다는 지표가 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는 1000점 만점인데, 이 가운데 자료구입 관련 배점이 100점이다. 자료구입비가 50점이고 연간 장서 증가 수가 50점이다. 그런데 2021년 평가 결과를 보면, 평균 점수가 각각 19.6점과 18.2점으로 매우 낮다. 새 책이 부족한 도서관의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양질의 책을 출판사가 만들어도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책을 도서관에서조차 구입하지 못하는 현실이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도서관법’에 자료구입비의 비율을 명시하고,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의 자료구입 관련 배점 비중을 현재의 10%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서 새 책을 충분히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국민의 도서관 이용률과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고, 출판계도 꼭 필요한 양서를 만드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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