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l 심심 l 2만6000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 역)은 가해자들을 단죄했다. 동은은 복수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환히 웃었다. 그렇다면 복수가 끝난 뒤, 동은을 괴롭혀왔던 상처의 흔적은 완전히 회복됐을까. 이 책을 보면, ‘아니다’이다. 뇌에 상처가 남았기 때문이다.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인 제니퍼 프레이저는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에서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사회적·개인적 측면에서 전달한다. 지은이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 또한 학창시절 교사들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었고, 아들은 농구팀 코치에게 언어폭력을 당했다. 지은이는 이런 의도적인 괴롭힘과 학대뿐 아니라, 무심코 저지른 학대, 아주 미묘한 공격까지 ‘괴롭힘의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한다. 성차별적 발언을 지적했을 때 “농담이었어”라고 하거나, 상대의 말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은 미묘한 공격의 예다. ‘괴롭힘의 패러다임’ 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에게 “네 탓”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괴롭힘으로 뇌에 남은 손상은 불안, 충동, 공격, 수면 장애, 우울증, 호흡 및 심장 문제 등을 높인다고 한다. 책은 상처받은 뇌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뇌를 치유하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자책의 말’을 하는 대신 5분 동안 걷기, 유산소 운동하기 등이다. 이 책을 감수한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자인 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도 자신이 피해자임을 모른다는 것이다. 자책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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