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번역가이자 국내 러시아문학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박형규 전 고려대 교수(노어노문)가 3일 별세했다. 향년 92.
박 교수는 특히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권위자로 소설, 희곡 등을 망라해 주요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 독자들과 만났다. 1931년 태어난 박 교수는 외교관이 되고자 했으나 정치적 사정으로 접고 대신 선택한 러시아문학 연구와 번역에 일평생 매진했다. 한국외대 노어과를 졸업했고 고려대 교수,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 러시아연방 국제러시아어문학교원협회 상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1956년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와 <전쟁과 평화>를 번역하기 시작해 1966년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러시아 문학을 소개한 이래 도스토옙스키, 체호프, 푸시킨, 솔제니친, 파스테르나크, 불가코프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옮겼다. 노구를 이끌고 2013년 유례가 없는 톨스토이 전집 단독 번역(18권 분량)을 시도하기도 했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러시아 대문호의 고전들을 유려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며 궂긴 소식을 전했다.
빈소는 고대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 발인은 6일,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이천원경사.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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