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방은요 │ 책방선인장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 꿈은 ‘책 읽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빠가 물어보셨을 때도 그랬고, 주변에서 꿈을 물어볼 때도 언제나 제 대답은 같았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책 읽어 주는 사람이 꿈이었던 소녀가 자라서 이제는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책방을 열기 전엔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누는 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는 일, 그래서 나와 우리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돌아보면 힘들고 괴로울 때, 나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삐걱거리는 관계를 개선하고 싶을 때 언제나 책이 곁에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평창에서 책방을 열게 된 것도 어느 책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행성B)의 저자는 두 딸을 데리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삶에서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했습니다. 소비하고 소유하는 삶이 아닌 소박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방을 열기 위해서 서울을 떠나 연고지도 없는 평창으로 왔습니다. 어느 곳에 책방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 대관령에 여행 왔다가 설경에 반해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책방을 찾는 분들은 저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은 엄청난 용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그래서 ‘책방선인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용기를 주는 책을 많이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방과 더불어 북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기는 분들 덕분입니다. 어른들이 읽기 좋은 그림책이 많아 오랜만에 독서를 맘껏 했다고 기뻐하시던 어르신도 계시고, 북스테이의 여유와 포근함을 다른 분들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맘카페에 고마운 후기를 적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다녀가신 분들의 소개로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장 기쁜 순간은 전에 오셨던 분들이 다시 한번 찾아오실 때입니다.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책방 하길 참 잘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평창에 있는 책방에 왜 ‘선인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선인장 호텔>(마루벌)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사와로’는 미국 남부의 소노란 사막과 멕시코 북부에서만 볼 수 있는 선인장인데, 이 선인장 덕분에 새들은 안전하게 알을 낳고 사막쥐는 새끼를 기를 수 있습니다. 사와로 선인장이 사막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 것처럼 책방 선인장도 도시의 삶에 지친 여러분의 다정한 휴식처가 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건 책방에 오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평창에 하나뿐인 책방, ‘책방선인장’에서 뵙겠습니다.
평창/글·사진 장인선 책방선인장 책방지기
소설, 에세이, 그림책 등을 판매하고 있는 책방 선인장.
책방선인장에 놓인 그림책 <선인장 호텔>.
책 읽는 데 좋은 배경음이 되는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설경이 아름다운 대관령에 자리한 책방선인장.
손님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방명록.
책방선인장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173-34(대관령면)
blog.naver.com/nhp21c
연재우리 책방은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