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방은요 │ 버들서점
“생태책방이 뭐예요?”
서점을 열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과학책을 파는 곳인가요?”라는 질문도 들었고, “왜 환경책방이 아니라 생태책방이에요?”라는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아마도 그만큼 낯선 개념이라는 뜻이겠지.
환경교육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10여 년을 활동가로 일했다.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직접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는 동안 놀랐던 점은 교육을 통해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환경문제가 일어나는 이유와 실천 방법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점점 더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걸까? 머리에는 물음표가 자꾸만 생겨났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다(무엇이든 궁금증이 생기면 책부터 펴는 사람이기에). 자연을 알고 싶어서, 이런 위급한 지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그렇게 책을 읽다가 문득 내가 이제껏 하던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기후위기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왜 우리는 과학자와 생태 철학자들의 오래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막지 않았을까요? 왜 인간은 다른 생명을 그토록 못살게 괴롭히는 걸까요? 저는 정말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무엇보다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문을 열었다. 환경책방이 아닌 생태책방을. 인간과 비인간 생명 모두가 서로 관계하고 이해하고 응답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버들서점은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하는 ‘은영상점’, 고쳐쓰기와 ‘프레셔스 플라스틱’(플라스틱 재활용) 활동을 하는 주식회사 ‘재작소’와 같은 공간에 있는 책장 2개의 아주 작은 ‘숍인숍’ 책방이다. 그림책, 시와 소설, 에세이와 인문사회 서적 등 장르별로 생태적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책들을 고심하여 골라 서가를 채운다.
같은 공간을 쓰는 은영상점, 재작소와 연계한 다양한 워크숍과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지구생활자로서 윤리적 삶을 고민하는 세 가게가 모여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책을 통한 사유와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는 일상의 실천을 함께하며 지역에서의 작지만 큰 생태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삶이란 희망하는 가치를 행동으로 실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생각과 실천은 언제나 함께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다른 두 가게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생태 책’이라고 하면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특히 기후위기 관련 책은 정말 부담스러워하시는 분이 많아서 좋은 책이 오랜 시간 서점을 떠나지 못할 때는 안타깝기도 하다. 서점지기로서의 목표는 그런 좋은 생태책을 되도록 잘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삶을 고민하는 이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대전/글·사진 ‘송송이’ 버들서점 책방지기
버들서점 전경.
버들서점 내부 전경.
버들서점 내부 전경.
버들서점 내부 전경.
버들서점
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195-1(어은동) 2층
instagram.com/beodeulbooks
연재우리 책방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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