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낯선 세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
이상권 글, 이단후 그림 l 궁리 l 1만7000원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칠 때가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편하고 혼자 있고 싶다. 하지만 혼자 살 수 없는 게 이 세상이다. 반면 애벌레들은 참 걱정 없어 보인다. 가만 보니 현재에 주목하고 과정에 충실할 뿐이다. 자기 몸에서 실을 뽑아 번데기로 살아갈 집을 짓는다. 욕심 없이 중력이 허락하는 만큼의 가벼운 집 한 채면 충분하다. 꿈틀거리는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역동적이며 가치 있는 삶일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만 같다. 이 작고 신비로운 존재 앞에 욕심 많고 복잡한 인간은 겸손해진다. 저자인 소설가 이상권은 이 책을 “애벌레에 대한 서사시”라고 표현했다. 주홍박각시 애벌레, 대왕박각시 애벌레, 매미나방 애벌레 등 12종의 애벌레와 함께한 순간의 지혜가 기록돼 있다. 바람이 부는 날 애벌레가 그냥 바람을 타고 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저자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는 마음속 굳건함만 있다면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애벌레처럼 흔들려도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의 딸 이단후가 애정을 담아 애벌레와 번데기, 나방, 개미 등 그림을 그렸다.
뱀을 닮은 주홍박각시 애벌레. 그림 ⓒ 이단후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