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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일본은 역세권에 ‘공립 서점’ 만든다

등록 2022-12-09 05:00수정 2022-12-09 11:00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지어진 공립서점 ‘치에나미키'의 모습. 누리집 갈무리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지어진 공립서점 ‘치에나미키'의 모습. 누리집 갈무리

문학책을 읽다가 몰입되어 웃거나 우는 경험을 해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 웃거나 우는 경험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올해 ‘가을 독서진흥 월간’(10월2일~11월23일)을 앞두고 실시한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 결과,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읽다가 ‘웃음을 참기 힘든 경험’이 있었다는 응답이 30%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책을 읽다가 울었던 경험’이 59%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비율이다. 책에서도 사람을 울리기보다 웃기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다.

지역에 서점이 없는 일본의 지자체들에서 서점의 개설과 운영을 지원하거나 공립서점 운영에 나서며 화제가 되고 있다. 도야마현에 있는 인구 2만5천명의 다테야마초에는 서점이 한 곳도 없다.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희망에 따라 다테야마초 행정센터는 지난 1월부터 서점 유치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 책방을 모집합니다!”라는 홍보물이 거리에 붙었다. 건물 개보수와 비품 구입비로 200만엔(약 2천만원) 상한으로 3분의 2를 지원하고 매월 임대료도 8만엔(약 80만원)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그렇지만 3차례나 이어진 모집 공고에도 응모자가 아무도 없었다. 11월1일부터는 점포 개설 지원금을 240만엔으로 늘리고 네 번째 공모에 나섰다. 재정 여유가 있을 리 없는 작은 지자체가 서점 설립 지원에 나선 것은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 서점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차가 없는 교통 약자들도 먼 거리에 있는 대형 서점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지역 서점을 이용하도록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행정 담당자의 생각이다.

후쿠이현 쓰루가시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서점을 운영한다. 지난 9월에 공립서점 ‘치에나미키’를 열었다. 신간과 함께 절판된 좋은 책과 외국 도서, 고서까지 3만권에 이르는 양질의 책을 두루 갖췄다. 지역에 신설 예정인 신칸센역 설립을 앞두고 시청과 주민들이 지역 활성화 방안을 찾은 결과물이다. 공립서점 운영이 지식에 대한 투자이자 주민을 위한 훌륭한 세금 사용법이라는 것이다. 개업 후 1개월간의 경영 성적표는 좋은 편이다. 방문자 4만명에 책 구입 고객 2300명, 구입자 평균 구매량은 1.5권이었다. 이와 같은 공영서점 운영은 2016년에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가 시립 서점으로 ‘하치노헤 북센터’를 열며 그 필요성을 입증했다. 이 서점은 현재도 지역 문화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평판이 좋다고 한다.

일본 지자체들의 지역 서점 지원 정책은 급격한 서점 수 감소에 따른 대응이다. 지난 2003년에 2만개가 넘던 서점은 지난해 1만2천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점 없는 지역이 급증했다. 서점 지형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지자체의 지역 서점 운영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지역문화진흥법에서는 문화행사를 지속하는 지역 서점을 지자체가 생활문화시설로 지정할 수 있고, 유휴 공간 사용 신청 시 무상 사용도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매출액 대비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경영이 힘든 서점 유지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 시민과 독자를 웃게 하는 지자체의 지역 서점 지원책이 필요하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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