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l 돌고래(2022)
오랜만에 사랑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다.
출발지는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 있는 마나우스의 오페라하우스. 건물의 재료는 완벽하다. 대리석은 베로나에서, 크리스털은 베네치아에서, 삼나무 목재는 레바논에서, 비단은 중국에서 실어왔다.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비단옷을 입은 관객이 1600명이나 왔다. 그 시절, 말은 프랑스산 샴페인으로 갈증을 풀었다.
이쯤 되면 슬슬 사랑보다 돈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체 이 돈은 다 어디서 왔는가? 비밀은 고무나무다. ‘고무 부호’들은 인디언을 쇠사슬로 묶어놓고 채찍질하고 강제노역을 시켜 고무유액을 채취했다. 이 건물은 탐욕이 빚은 비극의 장소다. 어쨌든 이 오페라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그림에는 두 개의 강이 그려져 있다.
이 두 개의 강에 아마존 분홍돌고래가 산다. 바로 오늘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몸무게 180㎏, 길이 약 2.4m, 얼굴은 노인 같기도 하고 양수에 떠 있는 태아 같기도 하다. 분홍돌고래가 강에 나타나면 하늘에 있어야 할 노을이 강물에 나타난 것 같다. 분홍돌고래는 일출과 일몰, 구름이 분홍빛으로 물들 때 하늘로 뛰어오른다.
우리가 분홍돌고래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다. 피부는 왜 분홍색인가? 모른다. 짝짓기 철이 있나? 모른다. 사회를 이루는가? 모른다. 다만 아는 것이 있다면, 브라질 설화에 따르면 분홍돌고래는 유혹과 변신의 귀재라는 점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이렇다. 어느 날 마을에 큰 잔치가 열려 모두가 춤을 추고 있는데 잘생긴 젊은이가 나타나 마을의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춤을 청한다.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진다. 이 낯선 젊은이는 돌고래로 밝혀진다. 둘은 슬프게 헤어진다.
이 이야기는 사이 몽고메리의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에서 가져온 것인데 돌고래의 변신 이야기가 이 사람 저 사람 입에서 “아 글쎄, 우리 할머니가 직접 겪은 일이라니까요” 같은 버전으로 아마존의 환상적인 동물들(예를 들면 나무에 둥지를 트는 물고기들) 이야기와 함께 홀릴 듯이 펼쳐진다. 이 변신 이야기들은 진짜일까? 아니면 완전히 거짓말? 중요한 질문은 혹시 이것 아닐까? 아마존 주민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필요’로 했을까? 이런 이야기들은 왜 아직까지도 계속 이어지는가? 내 생각에 모든 좋은 이야기들처럼 이 이야기들도 도덕적 성찰로 이어지는 것 같다. ‘제발 자연에게 함부로 하지 마!’
그런데 사이 몽고메리의 한마디가 나를 무섭게 한다. ‘그것이 비단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야기 속의 일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사이 몽고메리는 진짜로 분홍돌고래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두렵다. 아마존이 불타고 그토록 사랑하는 분홍돌고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그러나 사랑은 포기를 모른다. 분홍돌고래의 변신 능력이 그녀에게는 희망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른다. 즉, 사랑하는 것을 살려내고 구하고 지키기 위해서 지금과는 다르게 살기를 선택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이전에 어떤 인간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지경이 될 것이다. 내 생각에도 이것이 이 암울한 시대의 희망이고 사랑에 걸맞은 행동이다.
<CBS>(시비에스)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