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여순 10·19 문학상ㅣ중단편 부문 최우수상 조계희
“쉰살 넘어 글쓰기 시작…수상으로 진실의 문 열쇠 꽂은 느낌”
“쉰살 넘어 글쓰기 시작…수상으로 진실의 문 열쇠 꽂은 느낌”
여순문학상 중단편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조계희 작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수·순천 10·19 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1회 ‘여순 10·19 문학상’(순천시·순천문화재단·한겨레 주최·주관)에 조계희(58)의 중단편 소설 ‘아주 오래된 말’과 강경아(47)의 시 ‘동굴우화’ 외 9편이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탁환(소설가·심사위원장), 전성태(소설가), 서영인(소설가), 최재봉(기자), 나희덕(시인), 양경언(문학평론가)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심사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할머니의 육성으로 기록된 회고에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현실감이 역사적 아픔을 문학적으로 승화하고자 제정된 문학상의 취지에 부합한다”(‘아주 오래된 말’), “이제 ‘보았던 것’을 ‘보았다’고 말할 때가 되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동굴우화’ 외 9편)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이 밖에 중단편 소설 부문에서는 ‘아버지 오신 날’(최난영), ‘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손병현)이, 시 부문에서는 ‘화사한 제사’ 외 9편(이병철), ‘검은 비문 위에 앉은 흰새’ 외 9편(유지호)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순천부 읍성 남문터 광장(전남 순천시 중앙로 93)에서 열리는 여순 10·19 추모제와 함께 진행된다. 수상작들은 작품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심사평
‘여순 10·19 문학상’ 중단편 소설 부문에는 총 100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여순 10·19의 진실, 생명과 평화’라는 공모 주제에 걸맞게 여순 10·19라는 역사적 사건을 재현한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여순 10·19 사건을 대하는 문학적 진지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주제의식이나 문학성의 차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기록된 사실의 조합, 혹은 관습적인 회고에 그친 소설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관점, 특히 현재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공모인 만큼 해를 거듭하면서 여순의 역사적 진실과 현재적 의미에 대한 탐구가 더 깊어지리라 기대한다.
고심 끝에 ‘아주 오래된 말’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구성이 다소 느슨하고, 할머니의 가족사에 얽힌 갈등이 너무 쉬운 화해로 귀결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육성으로 기록된 회고에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현실감은 구성과 결말의 아쉬움을 뛰어넘었다. “역사적 아픔을 문학적으로 승화하고, 여순 10·19 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자” 제정된 문학상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소설이었다.
우수상으로 선정한 ‘아버지 오신 날’, ‘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은 단편이라는 형식에 소설의 주제를 잘 압축한 작품들이다. ‘아버지 오신 날’은 어린 아들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아버지의 실종을 겪는 어린 아들의 그리움이 빚어낸 해프닝은, 역설적으로 역사적 사건의 비극성을 더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은 특별법 통과가 결정된 날 하루로 소설의 구성을 압축하면서 축제와 같은 신명이 연출되었다. 인물들의 입말이 부자연스럽고, 장거리의 농담이라고 치더라도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언어들이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직업적 실패와 아내와의 불화로 실의에 빠진 인물의 귀향이 ‘조건 없는 환대’와 연결되는 장면은 여전히 현재성으로 살아 있는 여순의 정신을 느끼게 해주었다.
과거사의 진상 규명은 역사적 사건이 과거의 것으로 묻히거나 잊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사는 언제나 현재의 것이다. ‘여순 10·19 문학상’이 아직 온전히 복원되지 못한 여순 10·19 사건의 진실을 매해 새롭게 조명하고 탐구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김탁환, 전성태, 서영인, 최재봉(대표 집필 서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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