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 책방은요│비-플랫폼

전자책이 대중에게 선보이기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종이책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많은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전자책을 선보이고 낮은 가격과 편리함의 매력으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종이책의 위상은 떨어지지 않고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종이책이 아닌 것은 인간의 본능인 사물을 쥐고, 만지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행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음에 드는 새 책을 소유할 때의 만족감,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자세히 보고 다시 볼 때의 여유, 판형과 디자인에 대한 독자 나름의 생각과 평가, 오래되거나 새롭거나 나름 지닌 인쇄잉크 내음, 이미지가 전달하는 시각적인 자극 등 책 한 권을 오롯이 읽으려면 인간의 오감이 골고루 쓰입니다. 이렇듯 오감을 필요로 하는 무게와 부피를 가진 실물의 책은 때론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위로를 주기도 하고 한 장의 이미지나 한 줄의 문장이 인생의 가치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가치를 평가받는 다이아몬드처럼 책의 가치는 변함없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건물 3층에 ‘비-플랫폼’(B-PLATFORM)이 있습니다. 여느 책방과 달리 3층에 있어서 좋은 점은 방문객 대부분이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은 고객들이며, 그만큼 고객들이 책을 소중하게 다루기에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비-플랫폼은 서점, 갤러리,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여 그림책과 아트북 등 시각예술 서적을 중심으로 작품으로서 의미를 갖는 국내외 그림책과 아티스트북을 소개하고 직접 책을 만들어 발표하며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BOOK, BASIC, BEGIN, BEYOND, BINDING, BEAUTIFUL, BALANCE 등 ‘B’로 시작하는 단어들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을 만드는 이와 독자를 잇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스튜디오에서는 책의 유형별 제본 방법을 실습하며 내용과 책의 구조 관계를 배워보는 ‘북바인딩 워크숍’, 팝업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구조의 팝업 설계를 배워보는 ‘팝업 워크숍’, 간단하고 쉬운 판화 방법을 배우고 개인 작업에 응용할 수 있도록 익히는 ‘판화 워크숍’과 ‘독립출판 워크숍’ 등 책의 제작을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와 함께 책에 관한 예술 담론을 만들어 갑니다. 갤러리에서는 젊은 작가와 작은 출판사의 전시를 지원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플랫폼 랩’(B-PLATFORM lab)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북 제작 지원과 전시를 지원하며, 결과물로 나온 아티스트북을 갖고 해외 아트북페어에 참가하여 해외 작가와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플랫폼은 변함없이 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합니다.

글·사진 손서란 비플랫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