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판인들의 현실과 다양한 고민을 담은 책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부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출판사들은 서울이나 파주 소재 출판사들에 비해 자본, 인력, 출판유통, 마케팅 등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접두사로 붙은 ‘지역’ 때문에 그 중요성이나 가치는 매우 크다. 상업적 대결에서는 백전백패일 수 있지만, 지역의 필자와 자원을 활용하는 등 지역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균형 발전,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 창출과 공유를 위해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부카)에 등장하는 전국 각지 지역출판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왜 지역출판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 하지만 얼마나 그 일을 하기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다.
지역이 소멸하는 시대에 지역출판은 지역의 삶과 문화, 어제와 오늘, 나와 우리를 기록함으로써 지역의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가는 선봉장 구실을 한다. 지역 문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각지에서 지역출판 진흥 조례가 제정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2018)에서 시작된 조례 제정의 파도는 경상북도, 부산, 대구, 광주, 서울 등으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전국 대다수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에서 제정된 것과 달리, 지역출판 조례 제정은 아직 초입에 머물러 있다.
지원 조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지역출판 활성화 정책을 열심히 펼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지원 움직임은 조례가 없는 지역에서 활발하다. 경상남도는 최근 지역출판 및 지역 서점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출판사 다섯 곳과 서점 다섯 곳을 선정해서 지원했다. 지역 문화를 담은 도서 출판 지원을 위해 출판사 남해의봄날의 <청년, 촌 라이프를 꿈꾸다> 등을 선정했다. 지역 문화 출판물을 통해서 소중한 지역문화를 수집하여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경남을 찾아오도록 홍보함으로써 관심 제고와 함께 출판문화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출판시장 다양성 확보와 중소출판사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책 생태계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약 4억원의 예산을 출판 지원 사업에 집행했다. ‘경기 히든 작가’ 사업으로 신인 작가들의 도서 발간을 지원하고, 종사자 5인 이하 출판사에게 500만원씩 지원하는 우수 출판물 제작 지원 사업을 펼쳐 종이책 16편과 오디오북 10편의 제작을 지원했다. 독립출판물 전시 지원도 했으며, 올해는 지식재산권(IP) 결합 출판 제작 지원 사업을 펼치는 등 앞서가는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 단위의 출판계 조직도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1월 부산 지역의 출판사 30여 곳이 모여 출범한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는 편집자 교육제도 운영, 출판사 10곳이 합심하여 동시에 펴내는 일명 ‘비치 리딩’ 시리즈 발간 사업, 다양한 콘텐츠 업계와의 연계 활동을 계획해 주목받고 있다. 마침 지난해 출판사 창비가 부산에 개관한 복합문화 공간 ‘창비부산’에서 출판편집 전문 강좌 ‘창비 편집자 학교 부산’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역출판은 지역의 삶을 담고 공유하며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지자체들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풀뿌리처럼 지역에서 자생하며 지역문화 창출에 앞장서는 지역출판 활동을 응원하는 지자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