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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요시다 쇼인을 통해 읽는 이탁오의 사상

등록 2022-05-20 04:59수정 2022-05-20 09:50

이탁오 평전
정통을 걸어간 이단
미조구치 유조 지음, 임태홍 옮김 l 글항아리 l 1만9800원

중국 명대 사상가 이탁오(1527~1602)는 중국 사상사 최대의 ‘이단아’로서 많은 후세 사상가들을 매료시킨 인물이다. <이탁오 평전>은 1980년대 일본 슈에이사에서 펴낸 중국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교양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이탁오 평전이 없던 것은 아니나(참고 기사), 이 책은 중국 연구로부터 전후 일본과 근대성을 사유한 미조구치 유조(1932~2010, 참고 기사)가 썼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조구치는 일본이 정체된 봉건 중국과 달라 근대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본 전후 일본 정치철학의 대가 마루야마 마사오(1914~1996)와 달리 “중국 사상사도 내부적인 변화, 즉 내재적인 근대화에 의해서 스스로 발전 가능한 역사였다는 것을 증명”(옮긴이)하려 했다.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것은 세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그의 접근은 동아시아를 하나의 시야에 넣고 근대성을 따져 묻는 사유 전통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명대의 사상가 이탁오의 초상.
중국 명대의 사상가 이탁오의 초상.

일본 막부 말엽의 정치가 요시다 쇼인.
일본 막부 말엽의 정치가 요시다 쇼인.

특이하게 지은이는 이 책에서 막부 말엽 조슈번에서 ‘존왕양이’를 통해 일본의 근대를 예비했던 정치가 요시다 쇼인(1830~1859)과 이탁오를 나란히 놓고 두 사람에 대해 번갈아가며 인물 탐구를 펼친다. 요시다는 막부 고위 관료에 대한 테러 등 여러 차례 극단적인 행동을 계획하다가 붙잡혀 처형됐는데, 감옥에서 ‘이탁오’를 읽으며 그에게 “자신을 가탁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중국 봉건 유교의 도학인 주자학을 비판하는 한편, 이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양명학보다도 더 나아갔던 이탁오와 요시다 두 사람 모두 “정통을 걸어간 이단”이라 본다. 당시엔 이단으로 취급됐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길은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본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명대부터 청대에 걸친 사회적 변화에 맞게 인간의 생존욕이나 소유욕을 인간의 본질로 인정하려 했다는 데서 이탁오 사상의 핵심을 찾는다. 사회적 유용성에 기반을 둔 이탁오의 도학은, 인간의 본질을 도덕이란 당위에 묶어 놓고 이를 교화하려 한 주자학의 ‘성즉리’, 도덕을 마음이라는 내부적인 영역으로 확장한 양명학의 ‘심즉리’를 모두 뛰어넘었으며, “덕성에 의한 위로부터의 교화 정치에서 아래로부터 백성의 요구를 끌어오는 정치로 발전·계승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탁오가 추구했던 변혁은 “이념적인 것”으로, 이는 한 개인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도(道)를 새롭게 읽어내려는 “자기 혁신의 궤적”에 놓인다. 반면 이런 사상 활동의 배경이 없기에, 일본의 쇼인이 추구했던 변혁은 “구체적인 전략이나 전술상의 목표를 가진 정치 행동”으로 한 개인의 행동과 책임에 맡겨진 측면이 컸다고 짚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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