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커버스토리
모든 ‘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동물권 선언
인간과 동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존재
“어떤 동물도 인간을 위한 수단 돼선 안돼”
모든 ‘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동물권 선언
인간과 동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존재
“어떤 동물도 인간을 위한 수단 돼선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동물, 자연의 새로운 관계 맺기
에므리크 카롱 지음, 류은소라 옮김 l 열린책들 l 2만2000원 지난달 한 방송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말이 사망해 동물 학대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경남 창원에서 고양이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에 관한 국민청원에도 12만명 이상이 찬성했다. 동물의 열악한 삶에 대한 연민, 동물 학대에 대한 분노는 이제 동물운동단체를 넘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확대돼가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식탁에는 동물들의 ‘살’이 주요 먹거리로 올라온다. 소, 돼지, 닭 등의 비참한 사육 실태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과연 인간은 동물의 삶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동물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반종차별주의>는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근본주의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동물은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기에 인간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핵심 주장이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을 존중할 뿐이다”라는 책의 첫 문장은 이 주장을 간결하게 드러내준다. 프랑스의 방송 기자이자 작가인 지은이는 완전 채식주의자이며 동물권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반(反)종차별주의’는 “한 존재를 그가 어떤 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 즉 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종차별주의는 두 가지 차원으로 나타난다. 첫째, 인간이 아닌 동물의 고통은 인간의 고통보다 덜 중요하다고 단정한다. 둘째, 근거 없는 범주를 만들어 반려동물, 식육 동물, 야생동물, 해로운 동물, 보호 동물, 혐오 동물 등을 구분하고 차별적으로 대한다. 인류사에서는 항상 열등하다고 간주된 집단과 이를 정당화하는 이념이 있었다. 노예, ‘미개인’, 여성, 동성애자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인류는 점차 이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쪽으로 도덕적 사고를 확장해왔다. 이제는 인간을 넘어 동물에 대한 차별을 중단해야 할 차례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우리의 관심 범위를 비인간 동물에게로 넓혀 이들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보고, 낡은 인간중심주의와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종차별주의의 근거는 명확하다. 현대 과학이 인간과 동물 간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인간은 동물들이 자신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이고, 지능과 감정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 같은 화학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세포 생물이라는 공통된 조상에서 진화해왔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5500여종의 포유류 가운데 하나다. 분자생물학은 인간이 침팬지와 98.5% 이상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고, 소와는 80%, 쥐와도 80%, 심지어 초파리와도 50%의 유전자가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들도 고통을 느끼며 쾌락, 슬픔, 우울, 기쁨, 괴로움 등의 감정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능도 있다. 그들의 상당수가 공감과 연대의 능력이 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닭이 스스로 학습할 뿐 아니라 다른 닭에게 배우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닭은 영장류에 가까운 의사소통 능력이 있고, 위험에 처한 동료에게 연민을 느낄 줄도 안다. 암양은 울음소리로 자녀들과 의사소통한다. 무리 한가운데에서 어미가 새끼를 부르면 정확히 그 어미의 새끼 양만 대답한다. 어린 고래들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비둘기는 사물을 세고 종류별로 분류하는 상당한 지능이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먹기 위해, 모피 생산을 위해, 동물 실험을 위해,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무수한 동물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여전히 진행 중인 집단 학살의 주체들이다.” 같은 반종차별주의자들 내부에서도 동물에 대한 의무의 성격을 놓고 복지론과 폐지론이 나뉜다. 복지론자들은 원칙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동물 사육 및 동물 실험 조건을 최대한 개선해 동물들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어떤 동물도 인간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를 당장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후자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럼 반종차별주의자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고기, 우유, 달걀, 가죽, 모피 등 동물에게서 비롯된 제품을 먹거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동물을 사냥하거나 동물 쇼를 보거나 동물을 가두거나 동물들을 경쟁시켜서는 안 된다. “감각 있는 생명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가능한 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실천하기는 보통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지은이는 자신도 아직 가죽 신발을 신고 있다고 고백한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지은이는 한발 더 나아가 ‘생태 민주주의’를 제안한다. 이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의견을 표현할 수단을 부여하고 이들을 고려하는 확장된 민주주의”다. 비인간 동물들의 입장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은 인간들에 의해 반영된다. 생태 민주주의하에서는 의회와 나란히 ‘자연 의회’가 존재하며, 자연 의회는 의회가 가결한 법안이 생명체의 이해관계에 위배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인간들 사이의 평등도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 인간이건 아니건 자신과 다른 존재를 차별하려 드는 인간의 강한 성향 등을 감안하면 동물에게까지 도덕적 고려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주장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인류를 진보로 이끈 모든 이데올로기적 전환은 처음에는 조롱받고 불신을 샀다”며 “반종차별주의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널리 인식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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