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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중 폐출혈, 퇴역…쓰러진 말 ‘까미’의 과거가 밝혀졌다

등록 2022-02-24 16:44수정 2022-02-27 16:19

[애니멀피플]
한국동물보호연합, 퇴역 경주마 생존권 보장 위한 기자회견
2019년 경주마 된 ‘마리아주’로 추정…퇴역 3개월 만에 폐사
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서 고꾸라진 뒤 사망한 말 ‘까미’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퇴역한 경주마 ‘마리아주’로 밝혀졌다. 마리아주는 지난해 8월 마지막 경기에서 폐출혈을 일으킨 뒤 사흘만에 퇴역했다. 마리아주의 마지막 경기 장면. 유튜브 갈무리.
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서 고꾸라진 뒤 사망한 말 ‘까미’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퇴역한 경주마 ‘마리아주’로 밝혀졌다. 마리아주는 지난해 8월 마지막 경기에서 폐출혈을 일으킨 뒤 사흘만에 퇴역했다. 마리아주의 마지막 경기 장면.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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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 출연했다가 사망한 말 ‘까미’(예명)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은퇴한 경주마 ‘마리아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리아주는 1년 8개월간의 경주마 생활 동안 3번의 경기에 출전했지만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폐출혈을 일으킨 뒤 말 대여업체로 팔려갔다.

한국동물보호연합과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KBS에 확인한 결과 드라마에서 부당한 낙마 장면을 촬영하고 죽은 말은 마사회 고유번호 0041215를 가진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은 “공식적인 확인은 어렵다”고 답했으나, 애니멀피플이 앞서 확인한 말 대여업체 사업자의 정보와 폐사일 등에 고려하면 까미가 마리아주일 가능성이 높았다.

2019년 경주마 등록 당시 ‘마리아주’(왼쪽) 모습과 드라마 낙마 장면의 ‘까미’.
2019년 경주마 등록 당시 ‘마리아주’(왼쪽) 모습과 드라마 낙마 장면의 ‘까미’.

단체와 마사회 말이력정보 등을 종합하면, 마리아주(5살, 서러브레드 암컷)는 2017년 4월 ‘티즈원더풀’(부)과 ‘어나더헤리티지’(모)에서 태어나 2019년 2000만원에 경주마로 거래됐다. 2019년 11월 경주마로 등록된 뒤 마리아주는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세 차례 경기에 출전한 뒤 4살의 나이로 20여 개월 만에 퇴역했다.

보통 국내 경주마들은 2살 즈음 경주를 시작해 2~5년 정도 경기를 뛰지만, 경기 성적이 부진했던 마리아주는 다른 말들보다 일찍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악벽마’ 천지는 9천만원 벌고 다리 근육이 터져 죽었다) 마리아주는 2020년 12월, 2021년 2월과 8월에 차례로 12~14마리가 한 조로 달리는 경기에 출전해 8~12위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마지막 경기가 된 8월1일 경주에서는 주행 중 폐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위원은 이날 경기에 대해 “마리아주는 머리를 드는 등 출발이 원활하지 못했다. 수의위원 검사결과 폐출혈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1위 말과 33.8마신(약 81m)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하여 경주능력이 부진한 것은 폐출혈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이날 마리아주는 12마리 말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리아주는 경주마로 등록된 뒤 세 차례 경기를 뛰었지만 성적은 저조했다. 지난해 8월 마지막 경기에서는 폐출혈을 일으켜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유튜브 갈무리
마리아주는 경주마로 등록된 뒤 세 차례 경기를 뛰었지만 성적은 저조했다. 지난해 8월 마지막 경기에서는 폐출혈을 일으켜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유튜브 갈무리

말 전문 수의사 김영인씨는 “폐출혈은 경주마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확히는 ‘운동기인성폐출혈’이라고 하는데,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혈압, 심박수 등이 높아지며 폐포의 모세혈관에서 출혈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의사는 “보통 폐출혈을 일으킨 말은 일정 기간 출전을 정지하고 항생제, 소염제 등을 처방하게 된다”고 말했다. 폐출혈이 일어난 말은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경주 능력도 저하된다. 

그러나 마리아주는 폐출혈에 대한 별도의 치료없이 사흘 뒤인 8월4일 퇴역한다. 마리아주는 경주마로 생활하는 동안 좌후지 관육통, 봉와직염, 양후지 교돌상 등으로 수차례 치료를 받았으며, 영구 식용금지인 페닐부타존 성분의 약물도 여러 차례 투약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아주의 진료기록을 살펴본 수의사 권혁호 디엔시(DNC)델리 대표는 “치료 기록에서 치명적인 부상은 없어 보인다. 발바닥 인대에 염증이 생겼거나 경주 중 양발이 부딪혀 발생한 부상 등을 치료한 것으로 보인다. 경주 성적이 저조한데다 폐출혈은 한 번 일으키면 증상이 반복될 가능성 있으므로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은퇴를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퇴역 이후 마리아주는 8월6일 ㄱ 말 대여업체로 팔려와 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출연하기까지 약 3개월 간 이곳에서 생활했으나, 11월2일 강제로 고꾸라지는 장면을 촬영한 뒤 나흘 만인 11월6일 폐사했다.

동물단체들은 “까미(마리아주)는 퇴역 후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말로 내몰리게 되었다. 지난해 퇴출 당한 다른 1550마리의 퇴역경주마들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연 까미의 최후가 안락하고 정당한 죽음이었는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1월21일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1월21일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019년 제주 축협의 퇴역경주마 동물학대를 검찰에 고발한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박창길 대표는 “짧은 일생을 인간의 경제적 도구로 혹사하다가 결국 처참한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와 한국마사회의 비도덕성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든 동물에 있는 고시조차 경주마는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제대로 된 복지프로그램과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일 국회에서는 퇴역 경주마의 은퇴 뒤 복지 체계를 고민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 필립 샤인 정책부 수석연구원은 경주마가 벌어들인 경주 총 상금 중 3%를 퇴역마 관리에 쓰는 방안 등을 한국마시회에 제안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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