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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북스타트’ 확대로 독서복지 시대 열자

등록 2022-02-25 04:59수정 2022-02-25 10:05

[한겨레BOOK]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내년이면 한국의 ‘북스타트’(Bookstart)가 시행 20주년을 맞는다. 책과 관련된 작가, 출판, 교육, 도서관, 문화 관련 9개 민간단체가 연대하여 설립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상임대표 도정일)에서 평생 독자 양성을 위해 아기에게 그림책을 선물하는 북스타트 운동의 도입을 결정한 것이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2년이었다.

1992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지난 30년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북스타트는 가장 성공적인 독서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각국에서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영유아의 인지·언어·사회성 발달과 부모의 책과 관련된 행동 변화, 그림책을 매개로 한 아기와 부모의 상호작용 촉진, 도서관 이용 활성화, 정부와 지자체가 아기 양육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이 거듭 확인되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최신 조사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북스타트 시행 주관 기관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북스타트코리아가 펴낸 ‘북스타트의 효과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북스타트의 필요성과 시행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도서관, 북스타트 경험 부모, 독서전문가 대상 조사(912명 응답) 결과 북스타트의 필요성에 대해 90% 이상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양육자와 영유아의 정서적 교감과 상호작용, 평생 독서습관 형성, 도서관 이용 활성화, 영유아 그림책 출판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북스타트 경험 양육자들은 북스타트 참여 이후 본인의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89%), 아기의 책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많아졌다(84%)고 응답했다. 아기가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한 시기는 북스타트를 계기로 가입한 경우가 50.7%로 과반수였는데, 이는 북스타트가 도서관 이용을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북스타트를 시행하는 지역의 공공도서관 영유아 회원 수(평균 1997명)가 비시행 도서관(평균 938명)보다 2배 이상 많았고, 영유아 대상 장서량도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16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전체의 72%)에서 북스타트를 도입했고, 연령대에 따라 시행되는 북스타트 프로그램 중 북스타트 1단계(0~18개월아 대상)와 만난 아기는 5만9351명(출생아의 약 22%)이었다. 지난 19년간 누계로 약 100만 명이 북스타트 세대로 자라났다. 하지만 여전히 신생아 5명 중 4명은 북스타트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제 전국의 모든 기초지자체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들이 북스타트와 만나고 장애인 가정과 다문화 가정을 포함해 그림책과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는 가정이 늘어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영유아 북스타트에 이은 초중고 책날개 사업을 전면적으로 키우고 20살(성인), 40살(장년), 60살(노년)의 인생 전환기에도 책과 만나도록 연령대에 맞는 책을 선물하는 ‘생애주기별 북스타트’로 확대 시행하는 진화가 필요하다. 30년 전 영국에서 북스타트 제안자인 웬디 쿨링이 책을 접하지 못한 아기와 가정을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듯이, 책과 멀어지거나 책이 주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이들이 늘어나는 우리 현실에서 독서복지와 독서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때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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