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지난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한국출판연구소(이사장 박몽구)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 1년간 종이책, 전자책(웹소설 포함), 오디오북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을 의미하는 ‘연간 종합 독서율’이 성인 47.5%, 초중고 학생 91.4%였다. 이것은 성인 10명 중 5명 이상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고, 초중고 학생 10명 중 1명은 교과서나 참고서 말고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독서율의 하락 양상은 심각하다. 성인 종합 독서율은 2013년의 72.2%에서 8년 사이에 무려 24.7%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초중고 학생도 96.8%에서 5.4%포인트가 줄었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것이 독서율 하락의 주 요인이다. 특히 지난 2년 사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52.1%에서 40.7%로 두 자릿수나 줄었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비율은 성인 10명 중 2명, 초중고 학생 10명 중 4명 정도에 그친다.
그럼 지난 8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모든 생활 영역에서 스마트폰의 이용 정도와 이용 시간이 크게 증가하고 다양한 동영상 매체 이용이 급증하는 등 폭풍처럼 휘몰아친 디지털 매체 환경 변화 속에서 책 읽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 독서환경도 문제다. 성인 직장인의 경우 ‘직장에 도서실이나 독서 권장 활동이 전혀 없다’는 비율이 91.0%로 대부분이다. 초중고 학생들의 응답은 가슴을 치게 한다. ‘학교 선생님께서 책 읽기를 권하신다’는 응답은 절반(56.0%) 수준이고, 학생 10명 중 1명은 ‘학교에서 독서지도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독서 생활화에 강력한 효과를 가진 ‘학교 아침독서’를 시행하는 비율도 중학교 11%, 고등학교 7%에 그친다. 이 나라의 교육부와 학교에서는 책 읽기를 빼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단 말인가.
독서율이 하락하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대안은 어렵지 않다. 즐겁고 유익한 책 읽기 경험과 그 계기를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민 독서수당’ 신설을 제안한다. 1년에 1만~2만원의 도서구입비를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여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 경험을 선물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는 만 6살 미만(올해부터는 만 8살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부모의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책 읽기는 아이를 키우는 일 못지않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핵심 요소다. 독서수당을 통해 독서율 향상은 물론이고 국민의 생각하는 힘과 상상력이 커진다면 그 부가가치는 아동수당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 독서수당’이 신설되면 김구 선생이 말한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을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책 생태계가 풍요로워지면 그 혜택은 다시 미래 세대 독자와 국민에게 환원될 것이다. 이 제안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가 이미 3년 전 ‘웹진 나비’(2019년 4월25일)에서 주장하는 등 독서 전문가들의 지지도 또한 높다. 책 읽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정부의 시행을 기대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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