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시작한 책방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매일 걱정과 고민으로 살았다. 사람들은 ‘네 꿈을 이루니 기분이 어때?’라고 묻거나 ‘부럽다’고 했지만, 책방은 겉으로 봤을 때만 예쁜 꿈일 뿐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다. 가장 힘든 건 책 읽기였다. 책 읽기를 즐기던 내가 책방을 하고 나서는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 숙제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진정성 있게 책을 추천하면서 손님들과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라디오를 듣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라디오 사연처럼 손님이 책방에 편지를 남기면 내가 답장을 보내주자! 일명 ‘편지할게요’ 이벤트였다.
동네 손님은 물론 여행자들이 책방에 편하게 머물면서 추억 하나 만들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지할게요’를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신청곡 들려주듯, 나는 편지를 읽고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손님이 책을 천천히 고르면서 마음을 글로 남기면 답장을 받기까지 마음이 설레지 않을까, 기대했다. 어떤 분이 어떤 편지를 남길까도 궁금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손님들은 진심을 담은 고민들을 편지에 담았다. 사실 속마음은 모르는 사람에게 터놓는 것이 더 쉽다. 다시 볼 사이가 아니기 때문일까, 편하게 다 쏟아낸 편지를 보니 그렇게라도 내려놓고 가셨다면 다행이라고 여겼다.
답장은 내 몫이기에 부담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경험은 늘 새롭다. 더 편지를 꼼꼼히 읽고 어울리는 책을 찾고 정성껏 답장을 써서 보내게 된다. 편지를 쓴 분들의 마음이 느껴져 허투루 읽고 답장할 수 없다. 어울리는 책이 뭘까 고심하며 고르고 다시 읽어보면서 마지막에 추천 책을 써서 보낸다. 숙제하듯 읽는 독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떠올리며 책을 읽는 경험은 새로웠다. 편지를 쓰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내 고민인 듯 마음을 다한다.
편지를 남기는 분들은 대부분 20대 여성들이다. 대개는 취업, 진로, 사랑 등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편지를 읽으면서 나의 20대가 떠올라 웃음이 난다. 그땐 나도 힘들었지, 하지만 이젠 웃을 수 있구나, 하지만 그땐 정말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했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 눈앞에 닥친 현실이 얼마나 캄캄할까, 불투명한 미래가 얼마나 불안할까, 절절히 느끼곤 한다.
책을 고른 손님이, 내게 편지지를 달라고 한다. 편지에는 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나는 어떤 답장을 하게 될까, 그들에게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일어나게 될까, 무척 궁금하다. 책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해도, 동행자가 될 수는 있다. 내가 쓴 편지가, 내가 고른 책이, 그들이 짊어진 짐을 잠시나마 가볍게 느끼도록 해주길 바란다. 글·사진/김미화 책가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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