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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세권’에 사니 행복합니다

등록 2021-09-10 04:59수정 2021-10-12 09:51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행복한책방

얼마전 젊은이들과 얘기하다 재미있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파트에 새로 입주한 지 얼마 안 되어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에 살던 두 사람은 동네에 스타벅스가 새로 생겨 자기들도 드디어 ‘스세권’에 들었다며 기분이 무척 좋다는 얘기였습니다.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뜻하는 신조어를 들으면서 문득 스타벅스보다 동네책방을 이용하는 게 더 큰 복지이고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책세권’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동네책방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저는 책방을 열기 전부터 동네책방이 들어서면 그 마을 사람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했고, 행복한책방을 운영해온 지난 4년은 그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책방생활을 하는 행복한책방 단골손님들은 동네에 책방이 생기면서 삶의 질이 확 올라갔고 행복한책방 때문에 이사도 못 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곤 합니다. 이 정도면 ‘책세권’이란 말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얘기를 행복한책방이 속해 있는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 단톡방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했고, 이미 전에 이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회원들도 여럿 계셨습니다. 20년 넘게 잘 운영되는 책방을 이용하려고 부러 그 동네로 이사 오는 분도 많다고 자랑하는 회원도 있었고, 한 회원은 “역세권이 부동산 가치를 높여준다면 책세권은 사람의 품격을 높여주는 곳”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큰아이를 키울 때 우리 가족을 무척 행복하게 해주었던 동네책방을 떠올리며 행복한책방 문을 열었습니다. 신도시가 조성되며 마을이 생긴 지 20년이 넘었지만 동네책방은 처음 들어선 곳이었습니다. 동네책방을 이용하는 문화가 없었던 동네라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행복한책방을 이용하는 재미를 알게 된 동네 분들이 조금씩 늘면서 주민들의 마음에 책방이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엄마가 없어도 혼자 와서 책꽂이에서 읽고 싶은 책을 척척 빼서 읽는 꼬마 손님들도 여럿이고, 혼자 일하는 책방 점장이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까봐 간식을 가지고 오는 이웃들도 많고, 책방이 망할까 걱정되어 열심히 책도 사고 책방 홍보물을 주변에 나눠주는 단골손님들도 생겼습니다. 우리들은 행복한책방에서 책에서만 봤던 작가들도 직접 만나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도 물어보고,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와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로 책방 운영에 어려움이 많지만 책방 문을 계속 여는 것은 이분들의 소중한 ‘책세권’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동네책방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글·사진/한상수 행복한책방 대표

행복한책방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로 741번길 13

www.happybooksh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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