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 주년을 맞이한 꿈틀책방은 100 년 넘은 경기도 김포 원도심의 주택가 골목에 있습니다 . 불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아크릴 간판 하나 내걸고 시작한 ,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지요 . 지금도 간혹 책방을 못 찾겠다며 책방 앞에서 전화하거나 , 골목을 몇 바퀴 돌다가 그냥 갔다는 분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
평범한 열두평 공간을 여태껏 지켜주는 힘은 ‘ 사람 ’ 입니다 . 책방인데 책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냐고요 ? 아니요 , 사람입니다 . 책을 파는 사람 , 책을 사는 사람 , 책을 쓰는 사람 , 책을 만드는 사람 말이에요 . 모두가 읽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책방지기와 손님과 작가와 편집자는 책방을 드나들며 서로의 꿈을 응원합니다 . 무엇보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시간과 돈을 사용할 줄 아는 쫌 멋진 사람들입니다 .
코로나 이후 줄긴 했지만, 혼자 매월 두어 차례 작가와의 만남과 거의 매일 책 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책이 잘 팔리지 않았다면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겠지요 .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고 , 이 공간이 오래 유지되기를 바라는 손님들은 이곳을 드나들 때마다 당연하게 책을 사거나 주문했고 대부분 판매용인 책들을 소중히 다뤘습니다 .
2018 년 어느 날 , 손님 한 분이 20 만원을 미리 결제하고 책 살 때마다 차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 대부분의 책을 위탁이 아닌 현매로 들이는 작은 책방의 사정을 알았던 거죠 . 책방지기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만 , 손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간 ‘10 만 원 이상 선결제 ’ 방식은 책방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해 주었습니다 .
지금은 출판사에서 앞다퉈 동네책방 에디션 , 동네책방 한정 굿즈를 만들고 작가 북토크를 제안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 5 년 전은 작은 책방과는 거래도 잘 안 터 주던 때였지요 . ‘ 동네책방이 잘 돼야 출판사도 살고 작가와 독자도 산다 ’ 며 무명의 책방을 찾아주신 유명 작가님들과 여러 출판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 덕분에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단골손님들을 만나고 자체 행사와 모임을 추진하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
책방지기는 오늘도 일할 맛이 납니다 . 그간 크고 작은 독서모임과 행사 외에도 , 사부작사부작 독립적인 모임 공간 ‘ 꿈틀옆방 ’ 을 만들어 확장했고 , < 위반하는 글쓰기> ( 강창래·북바이북 ) 블랙에디션을 기획했으며 , 일본 그림책 원서와 유럽 그림책 원서의 정기구독 , 2021 년 뉴베리상 수상 <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태 켈러·돌베개 ) 작가의 온라인(줌)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 작은 동네책방에 충실하면서도 때론 그 한계를 뛰어넘는 , 책과 사람을 잇는 즐거운 상상과 시도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 책방을 드나드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말이죠 .
글·사진 이숙희 꿈틀책방 대표
꿈틀책방
경기도 김포시 봉화로163번길 10(북변동,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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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책방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대한 모임을 열고 있다.
꿈틀책방에서 이지유 작가와의 만남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