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제주시 애월읍 장유길 42 www.facebook.com/bobaebooks “어쩌다 책방을 내셨어요?” 책방을 차리고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이다. 나는 서울에서 편집자 생활을 할 때부터, 2010년 여름부터 책방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1년간 공간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말에 덜컥 책방을 냈다. 겁 없이 일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책으로 수다할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밤새 책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들을 나누며 정신이 상기되는 그 기분을 같이 공유할 누군가를. 2019년 이른 봄 보배책방은 제주 애월읍 하가리 더럭초등학교 근처에서 문을 열었다. 처음 독서모임을 만들 때, 나와 독서력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을 것인가 아니면 책과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모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결국 누가 올지 모르니, 너무 어렵지 않고 누구나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책으로 골랐다. 첫 책으로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을 읽었는데, 작은 공간에 둘러앉아 서로 귀 기울이고 호응하던 그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점차 시골 아이들이 보였다. 시골 동네책방이나 작은 도서관들이 그 부분에서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친분이 있는 작가들에게 제주에 다른 강연으로 내려오는 길에 애월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여러 저자들이 와주었다. 제주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 아닐까 싶은 곳이었지만, 책방으로서 한 걸음 내디딘 첫해였다. 코로나19와 월세라는 장벽으로 집에 책을 쌓아둔 지 6개월. 지인의 티 룸을 빌려 애월읍 장전리에서 보배책방 시즌2를 시작했다. 책방에서는 첫해보다 더 자주 저자 북토크와 독서 토론이 열렸고, 개인적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인문토론수업과 낭독을 하고 있다. 올해 드디어 애월읍 납읍리에 집과 책방을 짓기 시작한다. 기본 설계가 끝났지만 책방 공간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얼마 전 파파사이트 갤러리 대표님이 나를 다른 분에게 “보배책방 대표님이셔, 보배책방은 음… 책을 파는 것보다 동네 커뮤니티 일을 더 열심히 하고 계셔”라고 소개하시는 거다.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내가 그러고 있구나.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자꾸 그쪽으로 발을 내밀고 있구나. 지금 장전리 보배책방은 하가리 시절보다 책도 거의 두 배 늘고 공간도 조금 더 넓어졌다. 누군가 나처럼 책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대화 상대가 없다면 언제든 환영. 책방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보배책방과 한번이라도 인연이 있었던 분들이 책을 사러 두 번, 세 번 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글·사진 정보배 보배책방 대표
관련기사
연재우리 책방은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