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이 16일 오전 대구시의회 제283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하얀 고무신‘을 들고 와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 아니겠죠?”
대구시의회에 ‘백신(백고무신)’이 등장했다. 16일 오전 대구시의회 제283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하얀 고무신’을 들고 연단에 올라 화이자 백신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권영진 대구시장의 허술한 시정 운영을 질타했다.
이날 이 시의원은 대구시가 화이자 백신 도입을 추진하면서 대구시 예산을 쓰지 않았는지 따져 물었다. 그는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회의할 때도 식대, 회의비, 서류 작성비 등이 필요하다. 상식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대구시 보조금을 받는다. 협의회에는 대외협력비 등이 사업비로 잡혀있다. 대구시가 직접 지출한 게 아니라면, 보조금이 사용된 게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 사용된 비용에 대해 명확히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예산을 쓰지 않았다”며 감사를 받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권 시장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화이자 도입 추진은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구매 의향 타진하는 단계에서 중단됐다”며 “대구시 예산을 지출할 여지가 전혀 없고,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 지원하는 보조금에서도 관련 예산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관리·감독 부서인 혁신성장국장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16일)부터 시작하는 정부합동감사에 관련 예산 감사를 요청하겠다”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예산 사용 여부를 밝혀주실 것을 요청한다. 집행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화이자 도입 논란에 대해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권 시장은 중앙정부에 백신 도입을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인정했고, 이 과정에서 쓴 예산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화이자 백신을 수입할 수 있다고 하자, 대구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구체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권영진 시장 명의로 구매의향서를 써줬다. 하지만 지난 3일 정부는 대구에서 제안한 화이자 백신은 정상적인 경로로 수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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