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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나는) 바지저고리 시장이 아니다”…화합과 협치는 과제

등록 2021-04-08 16:22수정 2021-04-08 16:39

8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온라인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8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온라인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8일, 1년 3개월의 임기를 시작한 박형준(61) 신임 부산시장이 가덕도신공항 등 실타래처럼 얽힌 부산의 주요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박 시장은 이날 아침 8시30분 충렬사(부산 동래구 안락동)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오전 11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들러 당선증을 받은 뒤 오전 11시30분 온라인 취임식을 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저의 임기는 1년 3개월에 불과하다.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외면하지 않겠다. 부산이 가진 과거와 현재의 모든 자원을 모으고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임 기간 삶의 질 선진도시와 경제적 선진도시를 축으로 삼아 다시 태어나도 부산에서 태어나고 싶은 행복도시 부산이 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하겠다. 찬반이 갈리는 문제는 새로운 방식의 공론화 절차를 거쳐 신속한 결정을 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오후 1시20분 부산시청 7층 집무실에서 시장업무 인계인수 서명을 하고 ‘코로나19 위기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첫 결재했다. △지역화폐인 ‘동백전’ 발생규모를 2조원까지 늘리고 △캐시백(할인액)을 월 3만원에서 6만원으로 증액하며 △소상공인 임차료 자금을 500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오후 4시20분에는 부산시민공원 내 백신예방접종센터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첫날 공식일정을 끝냈다.

부산시민들은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뒤 1년 동안 빈 부산시장 자리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것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시청 직원들도 “이제야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고 했다.

8일 오전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8일 오전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박 시장도 인정했듯이 1년3개월 동안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펼치기는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등 민선 7기 현안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의 중요한 현안은 대부분 정부·여당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들이다. 2030년 세계엑스포를 유치하려면 가덕도 신공항을 늦어도 2024년 착공해서 2029년까지 완공해야 한다. 사전 타당성조사 등 행정절차를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도 2030년까지 완공하려면 주무 부서인 해양수산부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박 시장 어떻게 이들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화합과 협치도 과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기간 동안 서로 고소·고발전을 벌이며 앙금이 깊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로 고소를 취하하는 절차를 밟겠지만, 내년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화합이 녹록잖다.

박 시장에겐 민주당이 다수인 부산시의회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원 47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39명으로 압도적 다수다. 반면 국민의힘은 6명, 무소속이 2명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박 시장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첫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던 ’어반루프’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어반루프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해 부산 도심 곳곳을 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첨단 교통수단이다.

코로나19 대응이 역시 시급하다. 부산시는 방역 컨트롤타워없이 지난 1년 동안 권한대행체제로 코로나19에 맞서 싸웠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에 따라 내려진 영업중단 등의 행정명령을 어겨도 구상권 청구와 형사고발 등에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경남도나 울산시 등과 달리 확진자의 이동경로(동선)을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방역수칙을 따르는 대다수 시민의 불만도 많았다.

전임 오거돈 시장 때 일어났던 정무라인과 직원 사이의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정무라인은 시장을 보좌하는 구실인데 오 전 시장 부임 초기 정무라인과 부산시 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갈 만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공무원노조가 정무라인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바지저고리 시장이 아니다. 정무라인은 나를 보좌하는 것이고 의회·국회·민간·경제 이런 쪽을 조정하는 것이다”며 정무라인과 직원들의 갈등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소규모 인사를 할 것이고 임기가 보장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을 인위적으로 퇴진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관련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오늘 통화했고 서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소속이어서 가덕도신공항의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는 “내년 대선이 있고 (여야가)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이다. 가덕도특별법도 통과됐는데 (정치권이)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멈칫하거나 선거 이겼다고 속도 내고 이러면 정치가 신뢰를 잃는 것이다. 걱정 안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박형준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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