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여아의 혈액형은 석아무개(48)의 딸 김아무개(22)씨 부부에게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아이를 낳았을 때 석씨가 산부인과 의원에서 자신의 아기와 김씨의 아기를 바꿨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26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2018년 김씨가 아기를 낳은 산부인과 의원 진료기록 등을 확인해 숨진 아기의 혈액형이 김씨 부부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인 것을 확인했다. 숨진 아이가 석씨의 아기라는 세차례 유전자(DNA) 검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경찰은 비슷한 때 석씨가 아기를 어디서 낳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석씨가 낳은 아이는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산부인과 의원에서 아기 혈액형 검사를 하기 전 석씨가 아기를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원에서 병원 관계자 눈을 피해 아기를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다른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인터넷 사용기록에서 ‘셀프 출산’ 등을 검색한 내용도 찾아냈다. 하지만 석씨는 자신이 출산했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석씨가 같은 다가구주택에 따로 사는 김씨의 집에 갔다가 숨진 아이를 발견해 남편을 통해 경찰에 신고한 것은 지난달 10일이었다. 당시 석씨는 경찰에 “빌라 임대 계약 기간이 다됐으니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딸의 집에 갔다가 외손녀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는 김씨가 아닌 석씨의 딸로 밝혀졌다. 또 석씨는 신고 하루 전 아기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한 뒤 주검을 버리려 했지만 실제 그러지는 못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살인과 아동복지법, 아동수당법,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먼저 검찰에 송치됐다. 이어 지난 17일 석씨는 미성년자 약취에 사체유기미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과 협력해 수사를 이어나가며 사라진 아기를 찾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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