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해 5월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시청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첫 공판이 다음달 13일로 연기됐다. 피해자 등은 오 전 시장의 재판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뒤로 연기된 점을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24일 부산지방법원 등의 말을 들어보면, 법원은 지난 23일로 예정됐던 오 전 시장의 첫 공판기일을 다음달 13일로 미뤘다. 연기된 기일도 피고인이 출석하는 공판이 아닌 공판준비기일로 잡았다. 오 전 시장의 변호인 요청에 따른 것이다.
피해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입장문을 내어 “당초 예정됐던 1차 재판은 오 전 시장의 요청으로 3주 뒤로, 그것도 재판 준비기일로 바뀌었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으나 나한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여성100인행동 등 여성단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으로 계산된 가해자 중심의 재판이다. 피해자 중심의 신속한 대응과 수사가 원칙인데도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것도 모자라 또다시 공판기일을 변경한다니 누구를 위한 공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공판 연기는 재판이 두려운 가해자의 낯 두꺼운 입장과 오거돈 성추행범죄로 촉발된 선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주당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다. 사법당국은 더는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여타 사건과 동일한 잣대와 시각으로 오거돈 사건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부산시청 여성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2019년 10월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무고 혐의도 받고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