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가려내는 각 당 경선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박형준 예비후보를, 더불어민주당은 김영춘 예비후보를 각각 결정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한 경우를 빼면, 10일 현재 예비후보 6명이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우려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손상우(39) 미래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30대로 가장 젊은 예비후보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일본에서 3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그곳에서 기본소득을 알게 됐다. 그는 기본소득으로 모두가 최소한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손 예비후보는 2011년 일본 유학 때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접했다. 귀국한 뒤 탈핵 운동에 참여했고, 현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과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 예비후보는 2017년 미래당 창당 때 부산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부산시당 대표를 지냈다. 선거에선 고배를 들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남구 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했고, 지난해 총선에서는 미래당 비례대표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지난해부터는 강원대 대학원에서 생태평화 전공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생태평화 훼손은 불평등과 직결돼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난개발 파괴행위를 멈춰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을 백지화해야 한다. 부산이 가덕도신공항 추진 등 난개발의 진원지로 전락하게 될 상황을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보다 결국 직접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손상우 미래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강서구 가덕도의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손상우 예비후보 캠프 제공
―부산시민들이 왜 손상우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여야 거대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보라. 가덕도신공항, 북항재개발, 월드엑스포만 성사되면 부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부산의 문제가 공항이 없어서, 개발을 덜 해서, 국제행사를 못 열어서 생긴 것인가. 가짜 만병통치약은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심각한 부작용만 낳는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본격적인 기후위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선언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탈 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세계적 흐름에 따른 것이다. 흐름을 역행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다음 부산시장 1년은 더욱 도태될 것인가,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길로 접어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1년 동안 절대 지킬 수 없는 난개발 공약을 늘어놓는 후보가 아니라 더 이상의 파괴를 멈추고 전환을 준비하겠다는 후보에게 기회를 달라.”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공약 3개를 꼽자면?
“2050년 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부산형 그린뉴딜’ 계획을 수립하겠다. 건물과 교통뿐만 아니라 항만, 공단 등 산업 전반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시민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 가능한 탈 탄소 전환 계획을 만들겠다. 부산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 청년과 청소년들 역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부산시가 수립한 중점사업을 ‘탄소 저감, 생태 보존, 불평등 완화’를 기준으로 재검토하겠다.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고 그 과정에서 절감된 예산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식량, 생필품, 재생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겠다. 재난 상황이 발생해도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춰야 한다. 메가 시티라는 이름으로 부·울·경 협력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그 역시 권역 내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견해는?
“이번 선거는 문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선언 이후 첫 선거다. 비행기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다. 신공항을 들고나온 것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떠나 스스로 말해온 가치까지 저버리는 최악의 패착이 될 것이다. 신공항 스위치만 누르면 표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면 부산시민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자 무례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공항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라는 아주 특별히 나쁜 법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지만 나쁜 선례를 만든 나쁜 결과는 클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무효로 돌려야 한다.
또다른 신공항의 폐해가 가덕도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무시다. 공항을 짓기 위해 누군가는 대대손손 살아온 고향 땅을 영원히 잃어야 한다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듣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 아니겠는가.”
손상우 미래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강서구 가덕도의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손상우 예비후보 캠프 제공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의 대표 기관이 됐다. 부산시장이 된다면 2단계 구간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탄소 중립의 미래를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는 개방형 ‘탄소 제로 지역’으로 조성하겠다. 풍부한 녹지가 바탕으로 깔리고 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에너지 플러스 건축물 사이를 무탄소 교통망이 이어지도록 하겠다. 개발 이익과 공간 이용이 소수에게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
―부산은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절반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싸움 말리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다.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경청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잘 듣고 잘 전해서 되는 일은 되게, 안 되는 일은 안 되게 하는 중재자가 되겠다.”
손 예비후보는 시민들한테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 신공항 필승카드를 뽑을 때마다 반복적인 고통과 불안에 시달려온 가덕도 주민들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덕도의 자연과 그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입니다. 너무 쉽게 신공항 건설에 찬성하지 말아 주십시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