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사무소에 새 현판이 세워져 있다. 경북 군위군 제공
“삼국유사면의 정체성을 살리고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발전계획 수립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지난 1일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 행정복지센터 현판 제막식에서 김기덕 군위군수 권한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일제강점기 붙여진 지명인 ‘고로면’은 이날 10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삼국유사면’이라는 새 지명이 탄생했다.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에는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는 인각사가 있다. 군위군에는 삼국유사 테마파크, 삼국유사 고로문화관 등 ‘삼국유사’가 들어간 관광지가 많다.
최근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지명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지명을 바꾸기 위해 지명 변경이 추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유명 관광지 이름을 넣은 지명 변경이 부쩍 눈에 띈다.
경북에서는 지난 14년 동안 모두 12번 지명 변경이 이뤄졌다. 경산시는 2007년 1월 일제강점기 붙여진 ‘쟁광리’를 옛 마을 이름인 ‘일광리’로 바꿨다. 포항시는 2010년 1월 ‘대보면’을 ‘호미곶면’으로 변경했다. 호미곶은 새해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울진군도 2015년 2월 금강송이 많은 ‘서면’과 매화나무가 많은 ‘원남면’을 각각 ‘금강송면’과 ‘매화면’으로 바꿨다. 대가야 유적지가 많은 고령군은 2015년 4월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변경했다.
2016년 2월 예천군은 단순 방위에서 딴 지명인 ‘상리면’과 ‘하리면’을 각각 ‘효자면’과 ‘은풍면’으로 바꿨다. 효자면은 효자가 많다는 뜻이고, 은풍면은 옛 지명 은풍현을 되살린 것이다. 또 2017년 3월에는 안동시가 일제강점기 지어진 ‘자품리’를 옛 마을 이름인 ‘재품리’로 변경했다. 재품리는 인재가 많이 나는 마을이란 뜻이다. 2019년 3월에는 청송군이 ‘부동면’과 ‘이전리’를 각각 ‘주왕산면’과 ‘주산지리’로 바꿨다. 청송은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저수지로 유명하다. 상주시도 지난해 1월 ‘사별면’을 ‘사벌국면’으로 바꿨다. 사벌국은 삼한시대 상주에 있었던 작은 나라다.
현재 경주시 ‘양북면’ 주민들도 ‘문무대왕면’으로 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양북면 봉길리에는 신라 30대 문무왕(재위 661~681년)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이 있다. 경주시는 주민들 뜻에 따라 지난해 9~10월 1288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체의 88.3%가 지명 변경에 찬성했다. 지명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특산물, 역사·문화·관광상품 홍보에 활용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33.5%로 가장 많았다.
주민 32명으로 꾸려진 양북면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위원장 이판보)는 지난해 11월 지명을 문무대왕면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경주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쳤다. 경주시는 조만간 조례 개정안을 경주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읍·면·동 단위 지명 변경은 주민 의견수렴, 조례 개정 등 절차만 거치면 바꿀 수 있다.
지명 변경을 추진한 이판보 위원장은 “양북면은 경주에서도 문화재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문무대왕릉의 이름을 딴 문무대왕면을 주민들이 선호한다. 양북면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문무대왕릉은 모르는 사람이 없질 않느냐. 명칭을 변경하면 지역 관광 활성화와 농축산물 판매 등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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