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결론 내려진 김해 신공항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이 되려면 대구·경북권의 반발,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비판을 극복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 김해 신공항 부적합 결론 왜? 지난해 12월 출범한 검증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신공항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지난 9월 검증위원회 안전분과 위원들이 김해 신공항 활주로를 드나드는 비행기의 주변 산들과 충돌 위험성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토교통부가 산을 깎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법제처는 안전조치인 만큼 ‘산을 깎지 않으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김해 신공항은 갈림길에 섰다. 김해 신공항을 반대하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산들의 절취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의 확장성 문제도 논란이 됐다. 검증위원회는 김해 신공항이 동북아 여객·물류 중심지(허브)인 관문공항의 기능은 할 수 있지만 주변에 자투리 공간이 없어서 앞으로 항공 수요가 늘었을 때 필요한 활주로와 청사의 추가 건립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변 마을들 때문에 밤 11시~새벽 6시 사이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 가덕도 신공항 가능할까? 김해 신공항이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 부산시 등은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다. 부산시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 일부를 매립해야 하지만 주변 소규모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키면 돼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지역 정치권도 호응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가덕도 신공항의 용역비 20억원을 반영했고, 여당과 달리 가덕도 신공항에 소극적이던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5명 모두가 가덕도 신공항 지지에 나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로서는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이라며 찬성 뜻을 밝혔다.
애초 2026년 개항 예정이던 영남권 신공항 개항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부산시는 국책사업으로 유치전에 나선 2030년 부산 세계등록엑스포 개막일 전에 개항이 가능하다고 본다. 박동석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사전 타당성 검토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반영한 용역비 20억원을 이용하면 1년 이내에 가능하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면제하면 2024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까지 완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또 활주로를 2본에서 1본으로 줄이고, 활주로 방향을 틀어 해안매립 비율을 75%에서 43%로 축소하면 애초 예상됐던 10조원이 아니라 김해 신공항과 비슷한 7조원가량을 들여 가덕도 신공항 건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2016년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김해 신공항 계획도. 브이자 모양의 왼쪽 활주로가 신공항이다. 부산시 제공
■ 넘어야 할 산 많아 가덕도 신공항이 공식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의식해 정부·여당이 주요 정책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큰 부담이다. 부산시는 “검증위원 21명은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이 기피신청을 통해 선임했고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라며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은 공정한 결과라고 항변했지만, 과거 이 문제를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만큼 이날 발표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도대체, 그리고 누구를 위한 신공항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과거 기준으로 신공항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과연 새로운 신공항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김해공항의 이용률이 58%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 정치논리로 인해 국책사업이 백지화된다면 국책사업의 연속성에 어느 국민이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구·경북권의 반발도 변수다. 대구상공회의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김해 신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철회하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최상원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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