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부산광역시 총괄건축가(맨 오른쪽)가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열린 2020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2020 팬데믹'과 국제질서 대변동: 새로운 국가전략을 위한 구상>에서 부산항의 진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 김광회 부산광역시 도시균형재생국장,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부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부산역과 철도시설을 옮겨 도심 공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산시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옆 동백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연 ‘2020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둘째날인 12일 오후 세션 ‘부산항 북항 재개발 비전과 실현 방안’에서 발표자인 김인철 부산시 총괄건축가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그는 “부산항 북항과 원도심 사이에 있는 부산역 철도시설이 이전한다면 약 20만평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곳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속 대공원으로 만들고 부산역 건물은 전시장과 컨벤션 등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면 낙후된 원도심은 활력을 얻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도 1단계 구간 재개발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2단계 구간은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북항 재개발은 153만㎡에 공원·도로·공공시설을 2022년까지 짓는 1단계와 2030년까지 4조4천억원을 들여 228만㎡에 금융·비즈니스·연구개발 중심의 혁신성장거점을 조성하는 2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정주철 부산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재개발 수익이 부산시로 이관되지 못하고 국고로 환수되는 것은 문제다. 또 1단계 구간에 최고 280m 높이 초고층 빌딩들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해양 경관과 스카이라인 파괴, 조망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과도한 사업비로 분양가가 높아져 초고층 공동주택이 들어섬에 따라 누구나 누려야 할 경관과 자연환경 일부가 사유화되고 독점되면서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재생국장은 1단계 구간의 성과 위에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2단계 구간 재개발 7원칙을 제안했다. 그는 “2단계 구간 안에 들어서는 모든 시설은 민간소유라고 하더라도 공공성을 갖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문화시설을 충분히 배치하며, 업무·상업·주거·문화를 한자리에서 이용하도록 보행 동선을 충분히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공급주택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조건으로 일정한 주택을 기부받아 저소득층과 청년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주택도 검토하자”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지속가능한 2단계 구간 개발을 위해 민·관 협치와 소통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 사무처장은 “1단계 구간 개발과 관련해 민·관 논의기구가 있었지만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았고 신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부산시가 시민이 참여하고 논의하고 합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비용과 수익성에만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수익으로만 접근하면 난개발을 자초한다”고 우려했다. 김 총괄건축가는 “2단계 구간은 중소상인이 사업체를 만들고 시설을 운영하고 일반시민이 주거까지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5~6층 정도 높이의 건축물만 들어서면 바다가 가려지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무처장은 “해운대해수욕장 앞 초고층 건물인 엘시티와 황령산 스키장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는 “몇년 뒤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 되는데 재개발을 하려면 평생 새겨진 문신처럼 세월을 견뎌내야 한다”며 “다양한 재개발 아이디어가 반영돼서 좋은 결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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