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인해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지난 7월24일 동구청이 공개했다.
지난 7월23일 밤 폭우 속에서 시민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 책임을 물어 경찰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을 두고, 부산 지역 정가가 뒤숭숭하다. 권한대행이 관사에서 사망자 발생 보고를 받고는 바로 회의를 열거나 현장에 나가서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송치 이유 때문이다. 권한대행은 잠재적인 차기 부산시장 유력 후보로도 거론돼,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쪽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부산시와 부산지방경찰청의 말을 종합하면, 변성완 권한대행은 지난 7월23일 저녁 6시30분 부산시청 근처 식당에서 실·국장 5명과 함께 지역언론사 순회 간담회를 했다. 저녁 8시 부산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됐고, 변 권한대행은 간담회를 마친 뒤 저녁 8시51분부터 자정을 넘긴 0시20분까지 시민안전실장과 재난대응과장, 소방재난본부장과 11차례 통화를 하며 상황 파악을 하고 지시를 했다. 관사에서 두차례 현장에 나가려고 했지만 현장 지휘 참모들이 말리거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관사에 머물렀다.
0시7~20분 사이엔 초량동 1지하차도에 차를 타고 진입하던 시민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세차례 보고를 받았는데 참모들은 사망자를 2명으로 보고했다. 세번째 사망자의 주검은 새벽 3시5분에야 발견됐기 때문이다. 변 권한대행은 0시20분 소방재난본부장의 마지막 보고를 받았고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대기하다가 잠이 들었다고 한다. 호우경보는 0시30분 해제됐다.
변 권한대행은 아침 6시13분 시민안전실장에게 “피해 현장 가볼 곳이 있는지 확인 바란다”고 문자를 보냈고, 시민안전실장은 바로 전화를 걸어와 “현재는 필요 없지만 오는 것도 괜찮다”고 보고했다.
변 권한대행은 아침 7시19분 시청에 출근한 뒤 8시에 간부회의를 열어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고 사망 원인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8시30분부터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하고 11시가 넘어 초량동 1지하차도와 부산역 등 현장을 방문했다.
한달 넘도록 수사를 진행해온 경찰은 지난 16일 직무유기 혐의로 변 권한대행을 불구속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다. 재난대응 총괄 책임자가 초량동 1지하차도 사망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도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으며, 부산시 재난대응 수칙대로 즉시 비상 간부회의를 열거나 현장 방문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변 권한대행은 “사망자들이 병원에서 숨졌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병원에 가도 당장 딱히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부산 전역의 폭우 피해도 챙겨야 해서 이동을 자제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장례 지원 등은 시급한 것이 아니어서 아침 간부회의에서 지시했다. 회의하기 위해 폭우 현장에 있던 간부들을 시청으로 복귀시킨다면 현장 수습은 누가 하느냐”고 항변했다. 경찰이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한 부산시 재난대응 수칙을 두고서도 업무 편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일 뿐 구속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검찰에 사건을 넘겼고 재판에 영향을 줄 수가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선 이례적인 기소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 혐의로 자치단체장을 처벌한 판례가 드물고 자치단체장에게 행정행위 재량권을 주기 때문에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검찰이 기소에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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