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규탄하는 대형 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26일부터 의사단체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며 집단휴진에 들어가면서, 부산에서 40대 남성이 응급처치받을 병원을 찾아 3시간가량 헤매다 뒤늦게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28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26일 밤 10시56분께 부산 북구 만덕동 도로에서 ㄱ(47)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ㄱ씨는 음주운전을 인정하고,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를 받으러 경찰관과 함께 가다가 근처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잠시 볼일이 있다며 들렀다. ㄱ씨는 집에서 정체불명의 약물을 마신 뒤 밖으로 나온 뒤 “숨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밤 11시23분께 경찰관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ㄱ씨를 근처 병원으로 옮겼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부산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약물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이와 함께 119구급대는 근처 대형 병원들을 직접 방문했지만, 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 기기 부족 등으로 환자를 받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신고 접수 뒤 1시간20여분 동안 부산·경남의 대학병원 6곳과 2차 병원 7곳에 20여차례 문의했지만, 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119구급대는 지난 27일 새벽 0시16분께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에 ㄱ씨를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이 ㄱ씨 상태는 악화됐다. 새벽 0시38분께 119구급대는 심정지가 온 ㄱ씨를 심폐소생술로 겨우 되살리면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계속 찾았다. 새벽 0시55분께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는 울산대병원에서 ㄱ씨를 치료할 수 있다고 119구급대에 알렸다.
119구급대는 27일 새벽 2시19분께 울산대병원 응급실에 ㄱ씨를 이송했다. 처음 신고 접수 3시간여 만이다. ㄱ씨는 울산대병원 응급실에서 급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졌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ㄱ씨는 이날 오후 5시47분께 숨졌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북부경찰서는 ㄱ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북구에 사는 50대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나도 최근 부산대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려고 했지만, 집단휴진 때문에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진료를 포기했다.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물치료는 위세척과 투석 치료를 5시간 이상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인력과 장비 모두 갖춰진 대학병원에서 가능하다. 2차 병원 대부분은 투석기 등 장비가 없거나 인력이 없어 약물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부산시는 지난 27일 기준 부산지역 전공의 768명(84.3%)이 집단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은 전임의 16명도 단체행동에 참여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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