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인해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CCTV를 24일 동구청이 공개했다.
시간당 80㎜ 이상 폭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밤 부산에서 침수된 지하차도에 진입했던 차량에서 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소방당국의 현장출동이 경찰보다 43분 늦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 사이 허술한 협력시스템 속에서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산지방경찰청과 부산시소방재난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근처 높이 3.5m, 길이 175m인 ‘초량 제1지하차도’에 높이 2.5m까지 물이 차 차량 5대가 침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구조대가 차량 유리를 부수고 차량 지붕에 있거나 벽을 붙들고 있던 6명은 구조했지만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 1명 등 3명은 숨졌다. 6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각각 동아대병원과 부산대병원으로 옮겨 심폐소생을 했으나 끝내 숨졌고, 50대 남성은 몇시간 뒤 초량 제1지하차도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는 소방대원들의 출동 시각이다. 경찰은 이날 저녁 9시38분 112로 초량 제1지하차도 안 차량에 물이 들어온다는 최초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도로를 통제하고 소방당국 등 관련기관에 공조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밤 10시18분 구조해 달라는 신고를 받고 6분 뒤에 중부구조대가 현장에 최초 도착했고, 소방구조대 105명과 펌프차·구급차 등 35대를 동원해 구조활동을 펼쳤다고 밝혔다. 경찰이 저녁 9시41분께 현장에 도착해 소방당국에 공조를 요청했는데, 소방구조대는 밤 10시24분에야 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경찰 설명대로라면, 소방당국이 구조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 주변 도로만 통제하고 소방당국에 바로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경찰의 현장 판단에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안타까운 점은 초량 제1지하차도 진입로에서 초량역 방향 30m 앞에 초량119안전센터가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이 30m 거리에 있던 초량119안전센터로 바로 달려가 구조를 요청했는지, 구조 요청이 있었다면 초량119안전센터는 왜 바로 출동하지 못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런 지적들과 관련해 부산지방경찰청은 “재난관리 책임기관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고, 긴급 구조기관은 소방서와 해경이다. (경찰은) 폭우가 내린 날 갑호비상을 발령해 전 직원이 특별 순찰활동을 벌였는데, 저녁 9시19분 초량지구대 순찰차가 초량 제1지하차도를 확인했을 때는 침수가 되지 않았다. 집중호우로 대부분의 도로가 침수돼 특정 지역의 지속적인 순찰활동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구조요청이 폭주한 시각에 경찰이 실제 119에 공조요청을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초량 제1지하차도 앞 초량119안전센터에는 구조차량이 2대가 있지만, 경찰이 공조를 요청했다는 시각에는 다른 곳에 지원을 갔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차들이 갇혀 있다. 이곳에서 3명이 숨졌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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