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72)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하면서 부산시정은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대행체제로 꾸려나가게 됐다. 시장이 빈 공백을 메울 행정부시장·경제부시장·기획조정실장 등 부산시 수뇌부 3인방이 동향에 행정고시 동기인 데다 각종 인연으로 엮여 있어 부산 관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공식적인 부산시정 최고 책임자는 국가직인 변성완(55) 행정부시장이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지난 23일부터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변 대행과 마찬가지로 1급(관리관)인 박성훈 (49) 경제부시장은 임용권자가 사임하면 자동 면직되는 별정직이어서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날 함께 그만뒀다가, 닷새 만에 다시 복귀했다. 두 부시장 바로 아래인 기획조정실장(2급)은 국가직인 김선조 이사관(53)이 맡고 있다.
세 사람은 1993년 치러진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나이는 변 권한대행이 1965년생으로 가장 많고, 김 실장이 1967년생, 박 부시장이 1971년생이다. 변 권한대행은 부산 배정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박 부시장과 김 실장은 고교(부산 동성고), 대학(서울대) 동문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김 실장이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박 부시장보다 4년 선배다.
세 사람 모두 부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고시 동기지만, 한번도 같은 지역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없다. 변 권한대행은 1994년 부산 해운대구에 처음 발령을 받았다. 1999~2003년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을 거쳐 2003년 6월~2014년 7월까지 10년 넘게 행정안전부에서 일했다. 2014년 8월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에 임명됐다가 2017년 2월 행정안전부로 복귀해 대변인을 지내고 지난해 1월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임명됐다.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행정부시장 부임 1년 4개월 만에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서울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 부시장은 1999년 기획예산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43회 사법고시에도 합격했다. 2008~2009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거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왔다. 오 전 시장이 국비 확보를 위해 서울을 오가면서 국회 예결위에서 근무하던 그를 눈여겨보고 삼고초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23일 사퇴하면서 넉달 만에 물러났다가 닷새 만에 경제부시장에 복귀했다. 그의 복귀를 위해 변 권한대행과 김 실장이 행정안전부에 애썼다고 한다. 박 부시장은 복귀 첫날부터 부산시가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과 관련한 국비 확보를 위해 부산에 내려오는 대신 서울과 세종 정부청사를 오갔다.
김 실장은 가장 늦게 부산에 부임했다. 1995년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행정안전부에서 1년(2015년) 동안 근무한 것을 빼고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동안 울산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부산시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떠할까. 부산에서 고교를 나온 고시 동기이지만 나이와 직급이 엇갈려 한국적 문화에서는 불편할 법도 하지만, 서로 잘 아는 만큼 소통이 잘 된다고 한다. 김 실장은 “공과 사를 구분하기 때문에 두 분과 불편한 것은 없다. 선후배를 떠나 변 권한대행과 박 부시장의 인품과 능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변 권한대행은 “공적인 자리에선 존댓말을 쓰고 사적인 자리에선 편하게 말을 놓는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두 사람이 나를 형이라고 부르니 내가 불편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어쩌면 세 사람을 묶어주는 가장 든든한 끈은 시장 부재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을 공유한다는 게 아닐까. 앞으로 각오를 묻자 “어깨가 무겁다. 직원들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한목소리 답변이 돌아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