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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사퇴 공백 메우는 부산시 ‘고시 동기 3인방’

등록 2020-05-02 08:09수정 2020-05-02 08:28

변성완 권한대행·박성훈 부시장·김선조 기조실장
37회 행정고시 동기에 부산 고교 나온 공통점
나이 터울은 3~6살이지만 소통하며 팀워크 다져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72)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하면서 부산시정은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대행체제로 꾸려나가게 됐다. 시장이 빈 공백을 메울 행정부시장·경제부시장·기획조정실장 등 부산시 수뇌부 3인방이 동향에 행정고시 동기인 데다 각종 인연으로 엮여 있어 부산 관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변성완 부산시장 직무대행
변성완 부산시장 직무대행

현재 공식적인 부산시정 최고 책임자는 국가직인 변성완(55) 행정부시장이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지난 23일부터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변 대행과 마찬가지로 1급(관리관)인 박성훈 (49) 경제부시장은 임용권자가 사임하면 자동 면직되는 별정직이어서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날 함께 그만뒀다가, 닷새 만에 다시 복귀했다. 두 부시장 바로 아래인 기획조정실장(2급)은 국가직인 김선조 이사관(53)이 맡고 있다.

세 사람은 1993년 치러진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나이는 변 권한대행이 1965년생으로 가장 많고, 김 실장이 1967년생, 박 부시장이 1971년생이다. 변 권한대행은 부산 배정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박 부시장과 김 실장은 고교(부산 동성고), 대학(서울대) 동문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김 실장이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박 부시장보다 4년 선배다.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세 사람 모두 부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고시 동기지만, 한번도 같은 지역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없다. 변 권한대행은 1994년 부산 해운대구에 처음 발령을 받았다. 1999~2003년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을 거쳐 2003년 6월~2014년 7월까지 10년 넘게 행정안전부에서 일했다. 2014년 8월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에 임명됐다가 2017년 2월 행정안전부로 복귀해 대변인을 지내고 지난해 1월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임명됐다.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행정부시장 부임 1년 4개월 만에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서울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 부시장은 1999년 기획예산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43회 사법고시에도 합격했다. 2008~2009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거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왔다. 오 전 시장이 국비 확보를 위해 서울을 오가면서 국회 예결위에서 근무하던 그를 눈여겨보고 삼고초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23일 사퇴하면서 넉달 만에 물러났다가 닷새 만에 경제부시장에 복귀했다. 그의 복귀를 위해 변 권한대행과 김 실장이 행정안전부에 애썼다고 한다. 박 부시장은 복귀 첫날부터 부산시가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과 관련한 국비 확보를 위해 부산에 내려오는 대신 서울과 세종 정부청사를 오갔다.

김선조 부산시 기획조정실장
김선조 부산시 기획조정실장

김 실장은 가장 늦게 부산에 부임했다. 1995년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행정안전부에서 1년(2015년) 동안 근무한 것을 빼고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동안 울산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부산시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떠할까. 부산에서 고교를 나온 고시 동기이지만 나이와 직급이 엇갈려 한국적 문화에서는 불편할 법도 하지만, 서로 잘 아는 만큼 소통이 잘 된다고 한다. 김 실장은 “공과 사를 구분하기 때문에 두 분과 불편한 것은 없다. 선후배를 떠나 변 권한대행과 박 부시장의 인품과 능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변 권한대행은 “공적인 자리에선 존댓말을 쓰고 사적인 자리에선 편하게 말을 놓는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두 사람이 나를 형이라고 부르니 내가 불편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어쩌면 세 사람을 묶어주는 가장 든든한 끈은 시장 부재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을 공유한다는 게 아닐까. 앞으로 각오를 묻자 “어깨가 무겁다. 직원들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한목소리 답변이 돌아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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