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광수 기자
여성 직원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23일 사퇴를 선언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23년 동안 지속된 부산의 보수 지방권력을 교체한 주인공이지만, 불명예 퇴직과 동시에 경찰 수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대학 때 박정희 군사정권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던 오 시장은 1973년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한 뒤 32년 동안 내무부와 부산시에서 공직자로 일했다. 2000~2001년 부산시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을 지냈고 안상영 전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2003년엔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듬해 열린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도전했지만,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에게 져 낙선했다. 이후 참여정부 때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하다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재도전했지만 허 후보에게 41%포인트 차로 참패했다. 이후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공동 이사장, 한국지방정부학회 고문 등을 맡았다.
허 전 시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렸던 2014년에는 김영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양보를 얻어 무소속으로 부산시장에 출마했다. 20년간 지방권력을 독점한 새누리당에 대항해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아야 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선거운동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경쟁자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를 앞섰지만, 실제 득표에서는 1.3%포인트 밀려 세번째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이후 한국해양대와 부산대 석좌교수를 거쳐 2016년 부산 동명대 총장에 부임한 오 시장은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문재인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복귀했다. 이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4수 끝에 서 전 시장을 누르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1995년 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부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것은 23년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임기 2년도 못 채우고 중도에 하차하게 되면서 정치 인생에 최대 오점을 남기게 됐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018년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오 시장 양옆에 앉힌 보도자료와 공약했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에서 (이번 성추행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도 “피해자를 지원하고 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 시장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오 시장 강제추행 혐의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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