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부산에서 보름 이상 국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가격리 위반자가 잇따르고 있다. 5일부터 자가격리 위반자의 처벌이 강화됐는데도 자가격리 단속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들이 나와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7일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한 3명이 새로 적발됐다. 이들 3명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의 자가격리 위반자는 지난 6일 북구가 고발한 53살 여성을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5일부터 자가격리를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새로 적발된 3명은 모두 입국자들이다. 해운대구의 60대 남성은 4일 캐나다에서 입국해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나 6일 오전 10시께 해운대구 좌동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있다가 주민의 신고로 적발됐다.

미국에서 입국한 부산진구의 주민은 7일 오전 마스크를 무상 지급한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방송을 듣고 관리사무소에 갔으나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스스로 외국에서 돌아와 자가격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리사무소가 신고했다.

중구의 30대 남성은 취재기자와 대화를 나눴다가 자가격리 위반 사실이 들통났다. 이 남성은 지난달 30일 필리핀에서 입국해 13일까지 자가격리 대상자인데 최근 부산역 앞에서 방송기자와 인터뷰를 하다가 자가격리 장소를 벗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자가격리 위반자가 속출하는 것은 24시간 통제를 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 때문이다. 실제 7일 오전 10시 기준 부산의 자가격리자는 2788명인데 부산시와 16개 구·군은 전담 직원을 정해서 자가격리자한테 하루 두차례 전화를 걸어 발열 여부와 주소지 이탈여부를 묻고 있는데 야간 시간에는 아무래도 관리가 여의치 않다.

자가격리 앱의 부실도 드러났다. 자가격리 앱은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깔아야 하고 국내 확진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은 자율이다. 부산에서 적발된 자가격리자 4명 가운데 3명은 입국자여서 자가격리 앱을 반드시 깔아야 한다.

하지만 해운대구 60살 남성은 자가격리 앱을 깔았으나 경보음이 작동되지 않아서 담당 공무원이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진구 주민과 중구 30대 초반 남성은 앱이 깔렸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앱에 주소를 정확히 넣지 않으면 경보음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오차도 있다”며 앱 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한편, 부산에선 7일까지 122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지만 16일 연속 국내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60대 2명이 경북 경주시의 지인이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을 다녀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지난달 23일부터 7일까지 발생한 확진환자는 15명인데 모두 국외에서 감염됐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평균 잠복기인 7일의 갑절인 14일 동안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안정화 상태라고 판단한다. 부산은 국내에서 감염되는 환자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집단감염의 고비를 넘긴 것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